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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원의 정치평설] 트럼프의 ‘윤석열 구하기’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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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chesterUnited
2025-03-28 12:24 52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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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요즘 일상의 재미 하나가 사라졌다. 매일 열어보던 VOA 뉴스레터가 실종된 탓이다. VOA는 우리말로 ‘미국의 소리’. 민주주의 가치를 권위주의 국가에 전달하는 미국식 관제 방송이다. 미소 냉전기에 공산권에 맞서는 서방의 첨병 선동 무기로 활약했다. 소련 체제 붕괴 후엔 역할이 더 커졌다. 기존 자유와 인권 소식에다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을 전했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시작한 뉴스레터엔 언론이 전하지 않은 내밀한 동향까지 담았다. 그런데 VOA가 지난 15일 사실상 문을 닫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연방정부 효율화’에 따른 조치였다. 정작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다른 이유를 둘러댔다. “급진 좌파 광신도들이 납세자 돈 10억 달러를 불태우면서 혼잣말한다.” 효율보다 ‘좌파’라는 이념적 딱지가 더 작용했다는 말이다. VOA 기자 스티브 허먼은 이렇게 맞받았다. “이번 주말 모스크바·베이징·평양의 독재자 방에서는 축하 행사가 있을 것이다.” 독재자라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재집권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독재의 몸짓을 읽어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종 행정명령 발동으로 의회와 사법부를 무력화하기 때문이다. 미국 AP통신은 18일 “미국이 헌정 위기에 처한 것이 분명하다”고 탄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 “트럼프가 독재자의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직격했다. 급기야 프랑스에선 자기 조상들이 미국에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달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대통령 탄핵이 진행 중인 대한민국에서 오히려 정반대다. 트럼프 비판은커녕 그의 ‘강림’을 목 놓아 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들의 목소리다. 이른바 ‘트럼프 메시아(구세주)’론이다. 실제 이들의 집회엔 미국 성조기와 함께 빠지지 않는 게 있다. 트럼프가 주장한 미국 부정 선거론을 상징하는 구호, ‘STOP THE STEAL’(표 도둑질을 멈춰라) 손팻말이다. 한국의 부정 선거론을 트럼프와의 연대 고리로 삼겠다는 의도다. 부정 선거를 파헤치려 비상계엄을 선언했다는 윤 대통령. 비슷한 처지였던 트럼프가 당연히 구하러 올 것이라는 ‘뇌피셜’이다. 그저 한국에서의 주장으로 그치는 게 아니다. 이들은 직접 미국 정치 현장으로 달려갔다. 지난달 중순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가 그 무대. 미국 최대 보수 정치 행사답게 트럼프가 참석하고, 폭스 TV가 주요 행사를 생중계했다. 여기서 한국 부정 선거의 뒷배로 중국을 지목하며 미국과 트럼프의 개입을 요청했다. 미국 보수 정치인들도 솔깃했던 모양이다. 적극 맞장구를 쳤다. 트럼프의 정치 멘토로 불리는 스티븐 배넌은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산당의 개입 속 우리의 동맹인 한국이 위기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트럼프가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조치를 취할 것이다.” 트럼프 1기 때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재미교포 모스 탄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메인 행사 때 TV 생중계 연설에서 일방적 주장을 쏟아냈다. “‘아시아의 트럼프’로 불리는 윤 대통령이 선거 부정이 만연했다고 믿고 계엄령으로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려 했다”며 계엄을 정당화했다. 이어 민주당의 종북성을 강조한 뒤 “미국 정부와 국민이 윤 대통령과 강력히 연대해 한국 민주주의가 강탈당하고 파괴되는 것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3.1절 탄핵 반대 집회에 맞춰 한국을 방문해 유사한 내용으로 연설했다. 청중은 물론 집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스 탄을 트럼프 특사라도 되는 양 반겼다. 강한 보수성향 한 매체는 모스 탄의 주한 미국대사 유력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정작 가관은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다. 트럼프에 은근한 기대를 감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회 탄핵 직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관저에서 맷 슐랩이란 인물을 만났다. 앞서 소개한 CPAC를 주최한 주인공. 트럼프와도 직접 대화하는 미국 보수 정치 막후 거물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 충격적이다. “한국 선거 시스템을 중국 화웨이가 장악하고 있다.” 슐랩은 이 말을 CPAC 행사장에서 전했다고 아시아투데이가 지난 4일 보도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 만남 이후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화웨이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만큼 증거도, 자신감도 없는 셈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처음 만난 외국 인사에게 화웨이를 콕 집어 얘기한 노림수는 분명해 보인다. 중국에 부정적인 트럼프와 그 측근들의 관심과 지원을 끌어내려는 속셈 아니었을까. 그 역시 일종의 ‘트럼프 메시아’를 믿는 것으로 추측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트럼프의 ‘윤석열 구하기’는 일장춘몽의 조짐이다. 전임 정권의 느닷없는 한국 ‘민감 국가’ 지정 조치. 트럼프는 그대로 실행할 태세다. 재집권 후 트럼프에게 중요한 건 동맹보다 돈이다.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 인출기)’으로 지칭했던 트럼프. 이런 사람에게 구원 요청은 엄청난 비용 청구로 돌아올 것이다. 무엇보다 ‘내란수괴’ 혐의에 미국 대통령이 면죄부를 준다? 그것도 독재자로 지칭되는 인물이? 대한민국 간판을 내려야 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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