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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전야? 헌재 주변 긴장감 최고조…尹·與·野 ‘승복’ 메시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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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chesterUnited
2025-03-14 15:42 3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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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줄탄핵’ 결과는 ‘줄기각’…역풍 불까 장외투쟁 강도 끌어올린 이재명

속내 복잡한 국민의힘, 탄핵 찬성·반대파 입장 갈려…‘투쟁 손익 계산’ 분주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극적인 부활을 알리는 전주곡일까, 비극적 종말을 고하는 장송곡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자 그의 정치적 생사(生死)를 두고 대한민국이 반으로 쪼개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의 의미, 나아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미칠 영향을 두고 거리를 메운 탄핵 찬성·반대 시위대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의 위헌성, '대통령 탄핵'의 필요성 등을 두고 점점 더 거칠게 충돌하는 양상이다. 유일한 공통점은 이들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서로에게 '내전'을 경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들불처럼 번져가는 시위대의 분노에 여야 정치인들이 기름을 붓고 있다는 것이다. '피고인 윤석열'의 파면과 처벌을 원하는 거야와 '대통령 윤석열'의 귀환과 무죄를 주장하는 여당은 국회가 아닌 광장에서, 협상과 통합이 아닌 협박과 처단의 메시지를 앞세워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시작했다. 헌재 재판관 8인의 판단에 정치권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위태로운 사선에 선 모습이다.

3월1일 서울 경복궁 광화문 인근(사진 아래쪽)에서 탄핵 찬성집회가, 세종대로(사진 위쪽)에선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힘 지지층 91% "정권 연장" , 민주 지지층 96% "정권 교체"

대의민주주의에서 '대통령 탄핵'은 확률 낮은 극단의 시나리오다. 특히 여당으로선 자신들이 배출한 대통령이자 '1호 당원'을 손절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다선을 노리는 여당 국회의원들은 '민심의 주판알'을 튀기며 탄핵 찬반을 저울질하는 경향이 짙다. 진영을 떠나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라 판단될 때, 현 대통령의 회생에 가망이 없다고 확신할 때 여당은 '제 팔'을 잘라내고 후일을 도모하곤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 여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결정적 배경도 '민심'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당시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가 광화문광장 등에서 수시로 전개됐으나, 주도 세력은 범보수계가 아닌 60대 이상 강성 지지층이 주축이 된 '태극기 부대'에 한정됐다. 실제 보수층과 여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대통령 탄핵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2016년 11월30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실시했던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5.3%, 반대는 17.2%였다. 결국 그해 12월9일 국회는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고, 탄핵소추 91일 만에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12·3 비상계엄' 후 윤석열 대통령도 '박근혜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비상계엄 직후 조사된 여론의 흐름이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024년 12월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3.6%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답변도 69.5%에 이르렀다.

그렇게 굳어져 가던 '윤석열-박근혜 평행이론'에 최근 금이 가기 시작했다. 우선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여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했던 것과 달리 국민의힘에선 되레 친윤(親윤석열)계가 지도부를 장악했다. 여기에 기존 강성 보수층이 주도하던 탄핵 반대 시위에 '거야의 폭주'를 비판하는 범보수 유권자와 일부 청년층이 합세하는 등 보수층이 대집결하기 시작했다. 결국 '대통령 윤석열 탄핵 찬반' 프레임이 '차기 대통령 이재명 찬반' 프레임으로 전환되자 여론은 변화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3월5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집권 세력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 응답은 50.4%, '집권여당의 정권 연장' 응답은 44.0%로 집계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다르게 민심은 '이념'과 '지지 정당'에 따라 선명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90.8%가 정권 연장론을 지지했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96.3%가 정권 교체론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보수층에서는 60.4%가 정권 연장을, 진보층에서는 87.3%가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중도층이라고 응답한 이들 중 60.4%는 정권 교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3월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며 관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해·검사 3인 탄핵 모두 기각…총력전 나선 野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3월8일 석방되자 탄핵 찬반 세력 간 갈등은 더 격렬해지고, 더 거칠어지는 모양새다. 풀려난 윤 대통령이 "불법을 바로잡아준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재기의 자신감을 드러내자, 그의 탄핵을 바라는 진영에선 윤 대통령을 묵인한 검찰을 맹비난하는 한편 이를 '제2의 내란'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그의 탄핵을 막으려는 이들은 사법부의 판단을 '불법 탄핵의 증거'라고 강조하는 모습이다. 구속 취소 결정이 윤 대통령 수사 전반의 법적·절차적 하자를 확인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헌재 주변 집회도 격화되고 있다. 탄핵 찬반 진영이 매일같이 단식 농성과 철야 농성을 경쟁적으로 벌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야권이 주도한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인 탄핵 사건이 3월1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되자 여야와 광장의 대치는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양 지지층의 결집에 광장이 '전장'처럼 변모한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더 적극적으로 '거리의 열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가 이재명 대표에겐 '투쟁 동력과 명분'을 심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 석방 전까지 야권은 개헌과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등을 두고 비명(非이재명)계와 친명(親이재명)계가 충돌하고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 계파 갈등은 일순간 잦아드는 모습이다. '반(反)윤석열 텐트' 아래 친명계와 비명계가 뭉치면서 다시금 이 대표의 구심력은 커졌다. 이 대표는 '반윤 텐트'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면서 이성보다는 야성을 앞세운 투쟁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당초 집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이 대표는 윤 대통령 석방 다음 날(3월9일)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집회에는 박범계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과 같이 참석했다. 이어 3월12일 광화문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과 함께 '국난 극복을 위한 시국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 "대체 정치를 왜 하는 것인가"라며 "특정 소수가 정신 나간 행태를 보이며 내란·군사반란 범죄를 범했음에도 이를 비호한다는 것이 이해되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이 대표에 대한 암살 시도 제보가 이어져 신변 보호 요청 검토에 나섰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도 이 대표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윤석열 탄핵 의원연대' 박수현·민형배·김준혁 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3월11일 광화문 인근 천막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의원들은 단식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내란 수괴 윤석열을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박홍배·김문수·전진숙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윤 대통령 조기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했다. 삭발식에는 박찬대 원내대표를 포함해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3월12일 당 소속 의원 전원이 매일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8.7km가량 걸어 이동하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도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3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속개된 비상의원총회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 지도부와 별개로 소속 의원들 대거 아스팔트로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3월11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석방된 것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에게는 동아줄과 같은 것"이라며 "비명계가 (이 대표에게) 반발할 수 없게 됐다. 그들에게는 이 상황(윤 대통령의 석방)이 계엄령의 연장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어 "일단은 '윤 대통령을 막아야 한다'는 합의가 (민주당 내에) 만들어졌다"며 "그럼 누구를 중심으로 당이 뭉치겠나. 결국 이재명 대표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야당과 달리 여당으로선 거리 투쟁이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모두가 조기 대선을 염원하는 야당과 다르게 여당 내부에는 '탄핵의 강'이 흐르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재기를 노리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 '탄핵 찬성파' 대권 잠룡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들 사이에 '반(反)이재명'이란 교집합이 존재하지만, 보수 시위대의 '대통령 탄핵 반대'라는 구호에 여권이 모두 뭉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나아가 여당 지도부로선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캐스팅보터인 중도층 내 '탄핵 찬성' 여론이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 '윤심'과 공동운명체로 엮이는 그림이 부담스러울 것이란 해석이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도 광장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은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거리로 나선 것은 사실상 '내전'을 부추기는 행위라며 역공을 펼치는 모습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이미 대한민국을 심리적 내전 상태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실제 내전으로 몰아넣겠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며 "30번째 줄탄핵, 정치 특검, 명분 없는 단식, 철야 농성 등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 자행하는 일들은 모두 헌재의 대통령 탄핵 이후 대한민국을 내전 상태로 몰아넣겠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다만 지도부 입장과 달리 여당 의원들은 이미 '아스팔트 정치'에 상당 부분 합류한 상태다. 우선 일부 의원이 주도하던 헌재 앞 릴레이 시위가 집단 투쟁으로 확대됐다. 지도부가 시위 참여를 개별 의원의 선택에 맡겼는데 참석자가 대거 늘어난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윤상현 의원 등에 따르면, 최근까지 60여 명이 넘는 의원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소속 의원(108명)의 60%가 넘는 수치다. 참여 의원이 불어나면서 5인 1조로 팀을 짜서 24시간 헌재 앞을 지키겠다던 당초 계획도 수정했다. 집회법 위반(1인 시위를 제외한 집회는 사전 신고)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로 떨어져 시위를 전개하기로 했다.

12·3 비상계엄 후 '로키' 행보를 보이던 여당 중진 의원들은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자 헌재를 더 노골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나경원 의원을 필두로 82명의 의원은 "소추 동일성 없는 내란죄 철회를 불허하고, 대통령 탄핵심판을 각하하라" "민주당 의회독재의 심각성을 고려해 기각 결정을 해주실 것을 청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3월12일 헌재에 제출했다. '기각' '각하' 등의 표현은 앞서 1차 탄원서 때는 없던 내용이다. 나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의 절차적 하자 등을 지적하며 2월28일에도 헌재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탄원서에는 국민의힘 의원 76명이 서명했다.

극한 내전 우려에 종교계 나서 "헌재 판결 존중해야"

전문가들은 국회가 시민들의 '분노와 불신'을 진화하는 대신 더 발화시키고 부추기는 것은 '민주주의 붕괴'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 석방 후 여야 모두 적극적으로 여론전에 나서면서 국회가 국민 통합은커녕 분열의 원인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여야의 행태는 '정치의 부재'를 넘어 '정치의 몰락'"이라며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3월11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은 자기가 믿는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할 자유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치인이 분열과 갈등을 선동하고 조장하는 역할을 해선 안 된다. 나라를 두 동강 내는 사람은 정치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할 1차적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다"고 역설했다.

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 메시지가 아닌 '내전'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가 정치권에서 나오자 급기야 종교계가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원불교·유교·천도교·천주교·민족종교협의회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국가적 위기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1년 1월6일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을 점거했던 폭도들 ⓒEPA 연합

■무너지는 민주주의…세계 곳곳도 '폭동' 사태

정권 교체기 혹은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실제 '폭동'이 발생한 전례는 적지 않다. 1998년 인도네시아에선 32년간 독재정치를 했던 수하르토 대통령이 경제 위기와 부패 논란으로 퇴진 압박을 받았다.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파 간 충돌이 이어졌고, 대규모 시위와 폭동으로 1000명 이상 사망하자 수하르토 대통령은 군부와 정치권의 개입 속에 사임했다. 2016년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부패 스캔들 및 경제난으로 인해 탄핵되었다. 이에 반발한 대통령 지지자들이 폭력 시위를 벌였고,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시위대가 불을 지르고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민주주의의 본류인 미국도 대통령 교체기에 홍역을 앓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에게 패배한 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자,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DC에 집결해 미 의회를 습격하는 폭동을 일으켰다. 이 폭동으로 5명이 사망하고 140여 명의 경찰과 시민 등이 부상을 입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헌법재판소 근처에서 극우 성향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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