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옹호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은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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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디어오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GettyimagesBank.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지난 11일 출범했다. 국민의힘은 오정환 전 MBC 보도본부장을 위원으로 추천했다. 오 위원은 공개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서부지법 폭동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차가운 구치소에 갇혀있는 청년들을 기억한다. 그들이 풀려나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가슴 아프도록 소원한다”고 폭동을 정당화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그가 보도본부장 시절 파업에 참여한 일부 기자들을 스케이트장에 배치하는 등 '부당전보'를 지시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오 위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언론사(TV조선)를 없애려고 점수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침묵하는 조직들이 언론자유 공정 보도에 관심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라며 “누가 뭐래도 역사는 발전하고 정의는 승리한다고 믿는다”라고 주장했다. 언론·시민단체가 그를 부적격자로 비판하는 것은, 그가 내란과 법원 점거 폭동을 엄호함으로써, 헌법과 민주주의 질서를 부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타인을 탓한다.
TV조선 재승인 과정에서 일부 심사위원이 최종 의결을 앞두고 점수를 수정한 것을 '점수조작'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아직 피의자 심문조차 이뤄지지 않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관련 재판은 대표적인 윤석열 정권의 전 정부 인사 솎아내기였다. 윤석열 정권 출범 후, 감사원은 공익제보를 받았다면서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관여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공무원과 심사위원을 소환·조사했다. 구체적인 제보 경위는 알 수 없지만, 감사원이 '점수조작' 프레임으로 연일 언론에 흘린 조사 내용을 보면, 제보자는 그때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방통위 내부자료를 봤다고 추론할 수 있다.
검찰은 감사원에서 이 사건을 넘겨받아 저인망식 수사를 진행했다. 곧바로 방통위와 심사위원 사무실과 자택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주변 지인까지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목표는 뚜렷해 보였다. 수사를 통해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었던 한상혁 전 위원장이 직을 사퇴하도록 압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 전 위원장은 부당한 압박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가 TV조선 재승인 심사과정에 개입했거나 지시한 증거는 없었다. 설령 한 전 위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방통위 직원과 심사위원들을 생각하여 조기 사퇴했더라도, 검찰은 수사를 계속했을 것이다. 검찰이 조국 전 의원 가족을 수사했던 사건과 이재명 의원을 상대로 수년째 수사와 기소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유추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추천 정미정 위원은 오정환 위원과 달리 헌법과 민주주의 질서를 부정한 적이 없다. 그는 여러 차례 선거 보도 관련 심의위원으로 위촉받아 객관적인 심의 활동을 해 왔다. 회의록이 이를 증명한다. 오 위원과 국민의힘은 정 위원이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점수조작'에 가담했다고 부적격 사유를 내세우지만, '점수조작'이라는 주장은 윤석열 정권에서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하여 재승인 심사위원들에게 씌운 멍에일 뿐, 심사과정을 객관적으로 서술한 평가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재승인 심사과정에 참여하는 심사위원은 자신이 채점한 점수를 최종 의결하는 마지막 회의 때까지 수정할 재량권이 있다. 그때까지 모든 심사위원은 자신이 가채점한 평가점수를 두고 고민한다.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언론에 공개된 심사자료를 보면, TV조선 재승인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점수 수정은 재량권의 범위에서 이뤄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손을 들고 점수를 보완할 시간을 요청했고, 수정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최종채점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과정은 다른 심사에서도 있는 일이다. 그때마다 '점수조작'이라고 명명하지 않았다. 점수는 언제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수조작'이 발생하려면, 누군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항목에서 총점이 어느 정도 나왔는데, 점수를 최소한 몇 점 정도 수정하라고 지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있었다면, '점수조작'은 은밀하고 일사불란하게 이뤄졌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러한 지시가 구체적으로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검찰만 가지고 있는 자료를 검찰 출입 기자들이 앞다퉈 보도하도록 하여, 재승인 심사 기간에 심사위원들이 마치 떠들썩하게 축제라도 벌인 것처럼 상황을 오도하게 했다. 더욱이 이러한 보도는 당사자의 입장을 제대로 취재하지도 않은 일방적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증인의 시선에 혼란을 주었고, 피의자를 압박하는 효과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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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제8조의2 제4항은 “선거방송의 정치적 중립성ㆍ형평성ㆍ객관성 및 제작기술상의 균형유지와 권리구제 기타 선거방송의 공정을 보장”할 목적으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하며,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규정에 따라 위원을 추천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의 상위법인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사람을 추천하였고, 민주당은 입법 목적에 맞는 후보자를 추천했다. 자격여건을 따져 사퇴해야 한다면, 당연히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사람이 사퇴해야 할 것이다. 물타기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사실 이러한 논란은 새로울 게 없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승인심사위원회와 선방위 같은 각종 위원회 구성에서 매번 정치적 격론이 있었다. 정당들은 정치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정치적 후견을 강화했는데, 지금은 이러한 관행이 모든 제도를 집어 삼켜버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제도에는 문제가 없고, 사람이 문제라고들 한다. 그렇지 않다. 누가 참여해도 정치적 후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적다. 지금은 정치제도와 미디어 거버넌스에 문제가 많은 상태이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다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완전해지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이제는 2008년에 만들어 곳곳에 구멍이 송송 뚫린 미디어 규제 체계를 기초부터 혁신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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