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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왜 이럴까? 이 예상이 빗나가기를 소망한다 [조성식의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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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chesterUnited
2025-03-28 12:26 61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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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의 통찰] 이재명 재판과 윤석열 탄핵의 함수

[조성식 기자]

▲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가 늦춰지면서 관심이 고조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한마디로 검찰 완패다. 법원이 피고인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두 가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대장동 사업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씨와의 친분 및 해외 골프 회동 관련 발언이고, 다른 하나는 성남시 백현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발언이다. 재판부는 둘 다 공직선거법 250조에 규정된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이 자칫 탄핵 정국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봐 우려하던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의 유죄를 고대하던 탄핵 반대 세력은 투쟁의 중요한 동력을 잃게 됐다.

물론 이 대표 항소심과 윤 대통령 탄핵은 별개다. 형식으로도 내용으로도 그렇다. 하나는 범죄 여부를 가리는 형사재판이고, 다른 하나는 징계 여부를 다투는 행정심판이다. 하나는 지난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던 야당 대표의 발언에 사법적 잣대를, 다른 하나는 현직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내란 행위에 헌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하나는 범죄를 입증할 증거 유무가, 다른 하나는 헌법과 법률 위반의 중대성이 관건이다.

그럼에도 두 사건의 연관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건 헌법재판소의 '정치성' 때문이다. 법원 재판에서는 사실관계 판단이 중요하지만, 헌재 심리에서는 정치적 고려를 곁들일 때가 많다.

여느 사건도 아니고 내란 사건에서 정치적 고려를 한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현실은 종종 우리의 이성과 합리에서 벗어난다. 선고 기일 연기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은 이제 기우가 아니라 현실이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는 이재명 대표 항소심 선고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선고는커녕 기일도 잡히지 않았다. 항소심 결과가 헌재 평결에 영향을 끼칠 거라는 예상이 맞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항소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탄핵 선고가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일부의 관측은 맞아떨어진 셈이다.

선고 기일에 대한 언론의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많은 정치인, 논객, 평론가 등이 앞다퉈 '예언'을 내놓았지만 다 틀렸다. 나라고 예외가 아니었다(유튜브 '조성식의 훅'). 왜들 이렇게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을까?

내가 보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법리적 관점에 치우친 점이다. 헌법과 법률에 비춰 탄핵 인용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둘째는 희망적 진단이다. 탄핵은 민주주의 회복이고 정의의 승리이고 역사의 순리라고 본다. 둘 다 잘못된 생각이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면, 과시 욕망이다. 특히 구독자층 정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유튜브 출연자들은 자신의 정보와 판단에 대한 과신과 공명심에 경쟁하듯이 떠벌여댔다. 사실 그 정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고 제한적인데도 말이다.

두려움에 선제공격한답시고 일으킨 친위 쿠데타

▲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그런데 비록 섣부른 면이 있지만 그들이 아주 틀린 얘기를 했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거듭 말하지만, 상식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쪽은 '예언자'들이 아니라 헌재이기 때문이다.

법리적으로 보면 탄핵 기각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워 보인다. 기각한다면 대체 무슨 내용으로 결정문을 채울 수 있단 말인가? 헌법과 법률 위반 사항이 한둘이 아니지만, 요건이 안 되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자체가 가장 큰 탄핵 사유다.

헌법 77조에 명시된 비상계엄 요건은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병력으로써 군사상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다. 당연히 전시나 사변은 아니었다.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 한 부부의 비상사태였다.

수많은 비리에 연루된 대통령 부부가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국민을 위기로 몰아넣은 사건이었다. 퇴임하자마자 부부가 나란히 수사 받고 감옥에 갈 것 같다는, 어쩌면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끌려 내려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선제공격한답시고 일으킨 친위 쿠데타였다. 내친김에 장기 집권까지 꿈꾸면서.

계엄법 2조 2항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선포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2조 5항), 계엄 선포 후 국회에 즉시 통고하지 않은 점(4조)도 불법이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후 곧바로 해제하지 않은 것은 11조 위반이었다. 심지어 3시간 반이나 늦추면서 제2 계엄을 도모했다. 또 13조를 무시하고 계엄 하에도 불체포 특권이 보장된 국회의원들에 대한 무단 체포를 시도했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불법이었기에 연계 행위들, 이를테면 계엄사령관 임명, 계엄사 구성,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군 투입, 경찰 동원 등은 다 자동으로 불법이 된다. 더 말해 무엇하랴? 계엄법 위반만으로도 탄핵하는 데 부족함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한덕수 총리에 대한 기각 결정은 헌재의 정치성과 보수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헌재가 법리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줬다. 감사원장과 검사들 탄핵을 기각할 때와는 결이 달랐다. 전원일치의 고정틀을 깨뜨린 데다 재판관 각자의 정치적 성향과 법적 관점의 차이를 과감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에게 감사원장과 검사들 탄핵 기각은 윤 대통령 전원일치 탄핵의 여건 조성이라는 기대감을 안겼다. 하지만 한 총리 탄핵 기각은 전원일치 파면은커녕 자칫 표 계산을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헌재의 기각 논리는 '위법하지만 중대하지 않다'로 요약된다. 한 총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점은 인정되지만 파면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는 것이다. 법리적 옳고 그름보다 법적 안정성과 정치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선고문 중에는 국정운영의 주체인 정부 여당의 처지를 고려한 듯한 내용도 있다. 헌재는 왜 그럴까?

예상이 빗나가기를

▲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일반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두 번 파면돼도 모자랄 정도로 중대하다. 그런데 여건은 크게 다르다. 박 전 대통령 때는 여당(자유한국당)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탄핵 반대 여론은 최대 20%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여당이 탄핵 저지에 앞장서고 탄핵 반대 여론이 30~40%에 이른다.

헌재가 사실관계 못지않게 정치적 판단을 중시한다면 이런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헌재에는 큰 부담이다.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재 결정에서 비롯될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할 수도 있다. 거기에는 선고 시점도 포함된다.

이재명 대표의 항소심 결과가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 영향을 끼칠 거라는 예상도 이런 분석과 맞닿는다. 윤 대통령이 탄핵 당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 대표는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 꼽힌다. 그런데 알려졌다시피 이 대표에 대한 보수우파 진영의 거부감과 반감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윤 대통령이 체포되기 직전까지 광화문과 한남동 보수우파 집회 현장을 꾸준히 취재했던 나는 그 광기의 실체를 생생히 엿볼 수 있었다. 비난과 증오와 두려움이 뒤섞인 반이재명 정서의 핵심은 범법자 프레임이다. 거기에 '형수 욕설'로 대표되는 패륜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윤 대통령 체포 공방이 벌어지던 지난 1월 한남동에서는 이 대표를 악마화하는 구호가 거리를 뒤덮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8개 사건으로 기소된 이 대표는 현재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의 집중적인 표적 수사의 결과다. 강경 보수우파는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줄지언정 '범죄자' 이재명의 집권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종교적 신념'으로 똘똘 뭉쳐 있다.

여권에서 온건 보수 또는 합리적 보수 소리를 듣는 유력 정치인들도 윤 대통령 탄핵 찬성과 별개로 이 대표에 대해서는 비이성적인 비난을 퍼붓는다. 이 대표와 더불어 계엄군의 주요 체포 대상이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만 해도 계엄 해제 의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이 대표가 내민 손은 끝내 잡지 않았다.

어쩌면 헌재 재판관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 항소심 결과를 지켜본 후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기일을 정하자는 데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는지 모른다. 비합리적인 추론이지만, 헌재가 탄핵 결정이 빚을 사회적 혼란을 의식하고, 정치적 중립과 균형을 고려한다면 그럴 개연성이 있다.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기에 헌재의 정치적 고심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선고 기일이 더 늦춰질 수도 있고 윤 대통령에게 '관대한' 결정을 하려는 재판관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한 총리 때처럼 표가 갈라질 수 있다.

오랫동안 공들인 전원일치를 포기하고 다수결로 평결할 개연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예상이 빗나가기를 소망한다. 8대 0 전원일치 파면 결정이 사회적 정의이고 역사적 순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자질 미달의 군통수권자부터 바꿔야

▲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26일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에서 열린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망상에 젖은 군통수권자 탓에 많은 고위 장교가 하루아침에 범법자 신세로 전락해 재판을 받고 가족들은 날벼락 같은 고통을 겪게 됐다.

윤 대통령은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등 한국군의 핵심 지휘관들을 사병 부리듯 하며 친위 쿠데타에 동원했다. 계엄 시 군령의 주축인 계엄사령관, 합참의장을 제쳐두고 직접 병력 이동을 지시했다. 12.12와 5.18 이후 한국군 지휘 체계가 이토록 망가진 적이 없다.

나는 최근 비상계엄에 동원된 방첩사 장교 20명 전원의 검찰 수사기록을 확인해서 보도했다(뉴스타파). 그들 중 상당수는 방첩사령관과 국방부 장관, 대통령의 지시가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진술에는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데 대한 원망과 비난, 그리고 불법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데 대한 자책감이 담겨 있다.

수많은 군인을 불법 지대로 몰아넣었던 군통수권자가 아무 일 없이 복귀한다면 군의 질서가 무너지고 영이 안 설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비상계엄 당시 명령을 소극적으로 이행하거나 저항했던 군인들에 대한 숙청부터 벌어질 것이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것이고 대규모 과격 시위를 핑계 삼아 또다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동남아 정치적 후진국에서 종종 벌어지는 것처럼 내전 상태로 돌입할 수도 있다. 안보와 경제가 무너지고 한국 사회가 수십 년 전으로 퇴보할 것임이 자명하다.

게다가 내란 세력은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 군은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만, 갖가지 정황 증거가 드러난 상태다. 일단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면 탄핵 찬성 세력조차 전쟁 논리에 지배당할 것이다. 일찍이 '2025년 10월 남북통일'이라는 스승(천공)의 예언을 접한 윤 대통령은 이를 장기 집권의 발판으로 삼으려 들지 모른다.

법리 논쟁도 좋고 정치적 고려도 좋지만, 전쟁 나고 나라 망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려면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한 자질 미달의 군통수권자부터 바꿔야 한다. 안 그러면 군인들이 시위할지 모른다. 헌재 재판관들에게 구국의 결단을 촉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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