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혐오’의 진짜 얼굴… 허위·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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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부정선거·탄핵 반대 채팅방 5곳 혐중 발언 팩트체크… 주장에 근거 없고 편견·오해 기반한 차별·배제 심각
2025년 2월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제2차 전원위원회’를 앞두고 마블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윤석열 지지자 안병희씨가 시위하고 있다. 안씨는 2월14일 오후 7시36분께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에 난입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건조물 침입 미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연합뉴스
대통령 윤석열은 2024년 11월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손을 맞잡고 “한·중 양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협력해나가기를 바란다”고 선언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에서 만난 양국 정상은 이 자리에서 역내 안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탄핵반대 채팅방에 만연한 ‘가짜뉴스’
윤석열이 얼굴색을 바꿔 ‘중국 혐오’를 드러낸 건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2024년 12월3일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고자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뜬금없이 “중국인이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하다 붙잡혔다”는 말을 꺼냈다. 극우 유사매체들과 유튜버들은 이에 호응하듯 ‘중국 간첩설’을 퍼 나르기 시작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온갖 가짜뉴스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한겨레21 취재팀은 윤석열의 내란 이후 SNS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중국 혐오와 음모론을 유형별로 정리하고, 팩트체크했다. 먼저 ‘부정선거' ‘탄핵반대' 키워드로 만들어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가운데 가입자가 많은 5곳을 선정해 이곳에서 두 달(2024년 12월27일~2025년 2월26일) 동안 오르내린 발언들을 집계했다. 특히 채팅방에 올라온 글 가운데 중국 혐오와 관련해 왜곡과 거짓을 말하는 가짜뉴스 602문장을 추려냈다. 이 문장들을 분석한 결과, 주요 가짜뉴스들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부정선거에 중국이 개입했다 △특정인이 중국인이다 △중국인이 한국에서 특혜를 받는다 △중국이 한국 정치에 개입한다 등이다.
‘스카이데일리’의 허위·날조 보도
2025년 1월16일 극우 매체 ‘스카이데일리’의 보도로 ‘선관위에서 중국인 간접 99명이 체포됐다’는 가짜뉴스가 확산했다. 스카이데일리 갈무리
가장 많이 나타난 가짜뉴스 유형은 ‘중국 간첩’이 부정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이다. 집계된 가짜뉴스 602문장 가운데 42.36%(255건)나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확산한 가짜뉴스는 ‘선관위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145건)이다. 2025년 1월16일 극우 매체 ‘스카이데일리’의 보도로 확산한 이 가짜뉴스는 “12·3 내란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이 체포됐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미군, 미국 국방정보국(DIA)과의 공조로 간첩들이 주일미군기지로 압송됐다”는 후속 보도까지 이어졌다.
선과위에서 체포됐다는 99명은 중국인이 아니라 승진 교육 등을 받던 전국 지역 선관위 소속 직원들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날조로 판명됐다. 주한미군은 1월20일 입장문을 내어 “한국 언론 기사에 언급된 미군에 대한 묘사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entirely false)”라고 밝혔다. 이 가짜뉴스가 지목한 ‘99명’은 중국인이 아니라 전국 지역 선관위 소속 직원들이었다. 이날 선거연수원에서는 5급 승진자와 6급 보직자 교육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고, 강사 8명과 교육생 88명이 연수원에서 숙박하며 교육을 받고 있던 것뿐이었다.
게다가 스카이데일리 기사에서 ‘미군 소식통’이라고 밝힌 취재원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캡틴 아메리카’ 복장으로 탄핵반대 시위 현장을 오가는 윤석열 지지자 안병희씨가 유일한 취재원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안씨는 자신의 주장처럼 미국 중앙정보국(CIA) 블랙요원이거나 미군 예비역이 아닌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안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안중근 의사의 종손을 사칭했다가 허언으로 드러난 적이 있다. 선관위는 스카이데일리와 기사를 작성한 ㄱ 기자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1월20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또 다른 가짜뉴스 유형은 “선관위 직원이 중국인”이라는 주장이다. 16건 집계됐다. 그런데 한겨레21이 확인한 결과, 선관위 정규직 직원 가운데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다만, 선관위에 ‘계약직 공무원’을 외국인으로 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2013년 오스트레일리아인 1명(약 2년), 2016년 영국인 1명(약 4년)이 근무했던 것이 전부다.
게다가 외국인을 투표관리관으로 위촉한 사례도 없고, 규정상 투·개표 사무에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을 위촉할 수 없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은평구 개표 사무원 가운데 6명이 중국인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 의혹이 내란 이후 새삼 다시 제기됐는데, 확인 결과 이들은 모두 의용소방대원들로 6명 가운데 대한민국 국적이 5명이었고, 1명이 중국 국적의 대한민국 영주권자였다.
중국의 선거개입 음모론 관련 가짜뉴스도 94건 집계됐다. 이 음모론은 중국 기업의 장비를 이용해 중국으로 데이터를 전송한 뒤 사전투표를 조작했다거나, 개표분류기가 중국산이라는 등의 음모론이다. 증거가 제시된 건 하나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 사전투표 유무선 통신장비는 모두 국가 표준에 따라 국내 사업자 엘지(LG)유플러스가 전량 국내에서 제조했고, 사전투표 데이터는 인터넷망에 연결되지 않은 폐쇄망으로만 전송돼 유출 가능성도 없다.
헌재 연구관·선관위 직원 중국인?
최근에 많이 언급되는 음모론은 ‘특정 국가기관 근무자가 중국인'이라는 주장이다. 두 달 사이에 32건(5.32%)이 올라왔다. 선관위 중국인 근무설(해당 주장은 ‘부정선거론'으로 분류함)까지 더하면 모두 48건이다. 이들은 이런 주장을 통해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고, ‘한국은 중국의 속국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다. 대표적인 게 헌재 근무자가 중국인이라는 주장(26건)이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이름이 두 글자라서 중국인이라는 등 빈약한 논리의 주장이 대부분이다. 극우 유튜브 ‘김태우티브이(TV)’ ‘신인균의 국방티브이’ 등에서 주장한 허위사실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러나 헌법연구관은 판사와 마찬가지로 특정직 국가공무원으로 분류돼, 외국인 채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윤석열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인이 중국인이라는 주장(6건)도 있다. 손령 문화방송(MBC) 기자는 중국 출신 인물과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로 중국인이라는 주장이 유포됐다. ㅎ대학교 언론대학원 논문 작성자 가운데 ‘SUN LING’이라는 대학원생이 포함돼 있는데, 이게 손령 기자가 쓴 논문이고, 손 기자가 “중국식으로 읽은 로마자 이름을 표기했다”고 주장하며 손 기자가 중국인이라고 결론을 내버린 것이다. 하지만 손 기자는 대학원에 간 적도 없고 해당 논문을 쓴 사람도 아니다. 손 기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중국과 관련도 없고 공군 장교로 3년4개월을 복무했다. 하지만 중국계라 한다 해도 앵커를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시아계라 해서 앵커를 하면 안 된다고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극우들의 혐오를 오히려 정치권이 부추기고, 시민들이 공공연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된 것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한국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가짜뉴스는 ‘중국인이 한국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602건 가운데 37.71%(227건)나 된다. “중국 화교에게 국민 세금으로 장학금 지원, 비행기표, 생활비, 화교 전형 지원으로 6등급만 돼도 법대, 의대 입학”과 같은 주장이 대표적이며 158건이나 됐다. 단일 가짜뉴스로는 가장 큰 화력을 자랑한다. 화교가 국내에서 선망하는 전문직인 의사나 법조인이 되기 쉽고, 이 화교 전문직들이 자기들만의 ‘카르텔’을 이룬다는 얘기다. 재일 조선인들이 일본인에 견줘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혐오 시위를 하는 일본의 극우 단체 재특회(재일 조선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와 유사한 사고방식이다.
특히 ‘화교 의사’를 언급한 가짜뉴스가 45건에 달했다. 하지만 한겨레21이 확인한 결과, 의대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화교 특별전형은 따로 없다. 의대의 경우 정원 외 모집 전형인 외국인·재외국민 전형이 있지만, 의대는 정부가 입학 정원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을 많이 뽑을 수도 없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4년도 전국 의대 재외국민 및 외국인 특별전형 입학 현황’을 보면, 전국 39개 의과대학 중 30개 대학에서 5년간 뽑은 외국인 의대생은 총 7명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중국인이 법조인이 되는 데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역시 없다. 전국 모든 로스쿨에 입학 특별전형이 있지만, 여기엔 ‘외국인 전형’ 또는 ‘중국인·화교 전형’은 없다. 게다가 특별전형도 일반전형과 같이 법학적성시험(LEET) 등을 필수적으로 봐야 하고, 합격 점수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일부 커뮤니티와 SNS에서 퍼지고 있는 이른바 ‘중국 로스쿨 입학 특혜 목록’에는 엉뚱하게도 로스쿨이 아닌 일반 대학원의 외국인 입학 전형과 관련한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
물론 지리적인 특성상 한국에 와 있는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연세대의 2025년 외국인 전형에 지원한 중국인 학생은 1208명으로 전체 외국인 학생 가운데 63%에 달했다. 하지만 이 학생들이 중국인이라고 받는 특혜도 역시 없다. 외국인 학생들은 동일 국가 출신 지원자끼리 경쟁하게 된다. 연세대의 2025학년도 중국인 합격률은 17.4%로, 중국인 지원자 100명 가운데 17명 정도만이 합격했다. 베트남(34.7%)이나 우즈베키스탄(45.2%) 등 다른 나라에 견주면 경쟁률이 훨씬 치열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채팅방에는 중국인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 덕에 선거권을 얻었다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그러면서 곧 대통령 선거가 열리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들의 지원을 받아 압승하고, 우리나라가 중국의 속국이 된다는 주장까지 덧붙였다. 역시 사실이 아니다. 2005년 개정된 선거법은 한국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한다. 게다가 이는 지방선거에 한정된 것이지,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에는 외국인이 투표할 수 없다.
정치인의 무책임한 ‘가짜뉴스’ 확산 동조
2025년 1월2일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티브이조선 뉴스 갈무리
중국인이 대거 입국해 탄핵찬성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주제의 가짜뉴스도 25건(4.15%)이었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언급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2025년 1월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중국의 한 대학 마크가 새겨진 옷을 올리며 “탄핵 찬성한 한국인들은 보시길. 국가 전복에 동조하신 겁니다”라고 쓴 윤석열 지지자의 글을 공유했다. 해당 옷을 입은 여성이 ‘탄핵 집회에 참석한 중국인’이라는 주장인데, 이 사진은 찍힌 장소, 시간, 인물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사실 여부가 논란이 되자 김 의원은 게시물을 삭제했다.
중국 간체자로 ‘소한행동조’(扫韩行动组)라고 쓰인 몇몇 차량이 서울 시내 면세점에서 목격됐다며, 이를 두고 “한국을 없애는 행동조”라는 주장이 극우 유튜브 등에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국 상품을 쓸어버리다’라는 의미의 중국의 면세품 구매 대행업체 이름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정 정치인이 중국과 관련 있다’는 주제도 80건(13.29%)에 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중국 기자들과 비밀 회동을 해 대화 내용이 그대로 중국 정부에 보고될 것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회동은 이 대표가 1월8일 서울 마포의 한 북카페에서 미국과 일본, 영국, 중국 언론사들과 한 외신기자 간담회였다. 중국 언론사들뿐만 아니라 일본 언론의 기자들과 미국의 시엔엔(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영국의 비비시(BBC) 방송 기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외신기자들은 가짜뉴스가 돌자 “이번 비공개 간담회는 언론과 정치인이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취재활동의 일환”이라며 “부당한 의혹 제기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 밖에도 1월 초까지는 제주항공 항공기 참사를 중국이 기획했다는 음모론이 유포(13건)돼 피해자들의 마음에 또 한 차례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이에 무엇보다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유포되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주요 정치인들이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면서 재확산하게 만드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중국어문화학)는 “부정선거에 중국이 개입했다, 헌법재판소에 중국인이 있다는 등 극우 세력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을 옹호하고 정당화하기 위해서 반중 정서에 가짜뉴스를 섞고 있다”며 “책임감을 가져야 할 정치인들도 대중 집회에서 가짜뉴스가 사실인 것처럼 얘기한다. 우물에 독을 푼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고: 분석한 채팅방 5곳(부정선거, 탄핵반대 오픈채팅방)의 2025년 3월2일 기준 참여자 수
1. 1086명 2. 1144명 3. 647명 4. 355명 5. 200명
채윤태 기자 [email protected]·박준용 기자 [email protected]·기술지원 전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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