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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윤석열 ‘예방 계엄’이 거짓이라고 여덟 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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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chesterUnited
2025-04-29 15:08 30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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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전문가’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윤석열 탄핵 법리, ‘내란죄’에도 적용될 것”

김진욱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처장이 2025년 4월17일 오후 법무법인 함백 사무실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email protected]

2024년 12월3일 밤 10시27분.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집 거실에서 박사 학위 논문을 쓰고 있었다. 논문 제목은 ‘대통령 탄핵 사유와 중대성 법리에 관한 연구’. 그는 아내로부터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전해 들은 뒤 논문 쓰기를 멈췄고 밤 12시가 되자 평소처럼 잠을 청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비상계엄이 해제된 것을 확인하고, 탄핵소추가 될 것을 확신한 그는 (예상되는) 윤석열 탄핵 사건도 자신의 논문에 넣어야겠다 마음먹었다. 예상대로 12월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고, 김 전 처장은 대통령 탄핵에 관한 책 집필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 탄핵 보고서’ 책은 윤석열의 탄핵 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25년 2월10일 세상에 나왔다. 김 전 처장은 초대 공수처장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2010년부터 11년 동안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대통령 탄핵에 관한 논문도 수차례 썼다. 한겨레21이 ‘대통령 탄핵 전문가’인 그를 만나 윤석열의 내란계엄과 탄핵에 대해 의견을 들은 까닭이다. 김 전 처장은 이번 탄핵을 ‘대통령 탄핵의 완결판’으로 요약했다.

탄핵 요건 두루 갖춘 윤석열의 비상계엄

—윤석열 탄핵 사건을 ‘완결판’이라고 평가한 까닭은?

“2004년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탄핵 사건을 기각하면서 헌정 질서의 핵심으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언급했고, 이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두 가지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이 두 가지에 적극적으로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 대통령을 탄핵할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런데 윤석열의 경우 의회 무력화를 시도했고, 정당의 자유를 침해했으며 별 근거도 없는 부정선거를 주장해 헌재가 대의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국민주권주의의 정면 위반을 인정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군경 투입은 2004년 헌재가 ‘이런 경우에는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 있어’라고 선언한 경우에 꼭 들어맞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의 완결판’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이 파면될 것으로 예상했나.

“헌재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판사로도 3년 정도 일했는데 이번 사건은 계엄의 조건을 명시한 헌법 제77조나 계엄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문을 쓰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것을(헌법과 계엄법 위반을) 인정하면 중대하지 않다고 판결문을 쓰기도 어렵기 때문에 파면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석열 파면 결정이 애초 예상됐던 3월 중순을 훌쩍 넘겨, 4월에 이뤄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인하대 강의에서 ‘만장일치를 이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는데, 이 말은 뒤집으면 원래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음을 밝힌 것으로 본다. 법률가라면 기각 의견을 내지는 못했을 것 같고, 각하 의견이 일부 있었을 것 같다. 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선고(3월24일)도 하고,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3월26일)도 지켜보자는 의견을 낸 재판관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정문에서 재판관들이 다른 의견을 내며 갈등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을 찾을 수 있을까.

“이번 결정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마지막 11항 결론 부분이 상당히 장황하게 기술됐다는 점이다. 박근혜 탄핵 결정문에서는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고 간단하게 결론만 쓰고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표시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윤석열 탄핵 결정문은 필체나 내용이 아주 자유로운데 거대 야당의 독주와 같은 윤석열이 겪은 정치적 어려움을 쓰고, 이에 대해 윤석열이 취할 수 있었던 대안적 조치들에 대해서도 기술했다. 학회(2025년 4월18일, 한국국가법학회 학술대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평의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피력했을 재판관들의 알리바이가 드러나는 대목으로 본다고 발표했다.”

헌재, 윤 발언 거짓으로 보고 국헌 문란 인정

—결정문에서 또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아까 말한 결론 부분 첫 문장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 1항을 썼고, 결정문 전체에서 이 문장을 여러번 썼는데 나는 이 대목에서 헌재 결정문이 일반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쓰여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 결정문에는 보통 잘 안 쓰이는 ‘대한국민’(헌법 전문에서 임시정부 법통과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하는 주체라는 정의로 쓰임)이라는 단어와 헌법에 있는 민주공화국 대신 ‘민주공화정’이라는 표현도 등장하는데 통상 결정문에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이다. 결정문 자체가 법률가들이 아닌 일반 국민을 독자로 상정하고 쓴 것으로 보는 근거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쓴 ‘대통령 탄핵 보고서’(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윤석열 쪽은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였던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했던 점에 대해 반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헌재가 형법상 내란죄는 철회했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탄핵 심판 과정에서 모두 확인하고 인정했다고 본다. 내란죄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내란의 핵심인 국헌 문란은 헌재가 인정한 셈이다. 윤석열이 ‘두 시간짜리 내란(계엄)이 어디 있느냐’고 주장했지만, 내란죄는 ‘침해범’이 아니라 ‘위험범’이다. 국가기관 무력화 등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추상적인 위험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내란이 성공하면 처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마 계엄이 성공했다면 기자도 지금 인터뷰를 못했을 수 있다.”

—헌재 결정이 피고인 윤석열의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가.

“그렇다. 박근혜가 탄핵당한 뒤에도 형사재판이 진행됐는데 당시 1심 형사재판을 담당했던 재판부가 헌재의 결정 논리와 구조를 많이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번에도 헌법재판관들이 ‘국헌 문란’ 등을 인정했기 때문에 1심 판사가 헌재와 다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윤석열 변호인단의 변론과 윤석열의 헌재 출석은 어떻게 봤나.

“노무현 탄핵 사건에서도 당신께서 출석해서 의견을 말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지만, 변호인단이 강하게 만류해 결국 나가지 않았다. 박근혜 역시 헌재에 출석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윤석열은 헌재에 나와서 ‘호소형 계엄’ 등을 주장했는데 결국 자충수였다고 본다.”

—윤석열이 헌재에서 한 말은 결국 모두 결정문에서 반박됐다.

“보통 판사들이 당사자나 대리인이 하는 주장을 기각할 때 어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쓴다. 그런데 이번 결정문에는 ‘믿기 어렵다’는 표현이 여섯 번 나온다. 이는 대중의 언어로는 ‘거짓말이다’와 같은 뜻으로 본다.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현도 두 번 나오는데 ‘강한 거짓말이다’라는 뜻 같다. 법률가들이 이 정도로 세게 말하는 것은 윤석열의 발언이 거짓임을 확신했다고 봐야 한다.”

탄핵 기준, 헌법·법률 위반의 중대성

—헌재 결정문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2004년 노무현 탄핵 심판에서 중대성 법리를 최초로 밝힌 뒤 2017년 박근혜, 2025년 윤석열 탄핵 결정에 이르기까지 중대성 법리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는 부분은 아쉽다.”

—‘대통령 탄핵 보고서’에서 중대성의 판단 기준으로 ‘광범성, 반복성, 심각성, 위험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광범성은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서 가져왔다. 당시 닉슨이 워터게이트 건물을 도청하고 반대 당을 사찰해 기본권을 침해하는 과정에 국가기관이 동원됐다.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까지 동원해 기본권 침해가 광범위했고 결국 법 위반이 중대하다고 본 거다. 반복성은 박근혜 탄핵 결정에서 가져왔는데, 박근혜가 외교 기밀이나 인사 등의 정보를 사인에게 계속 유출하고 코멘트를 받은 것이 반복되어서 헌재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광범성과 반복성을 토대로 심각성(과거와 현재의 피해)과 위험성(장래에 피해가 예상될 때)을 종합해 중대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내용을 조금 더 보강해서 논문에 담고 제시할 계획이다.”

—중대성 기준이 모호해서 생기는 문제는 무엇일까.

“일관되지 않고 앞뒤가 맞지 않는 문제다. 헌재는 한덕수 총리 탄핵 사건에서 한덕수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을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중대하다고 보면서도 ‘한덕수 탄핵소추로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조한창, 정계선을 임명함으로써 헌법 질서가 일부 회복됐다’는 등의 이유로 한덕수를 파면하지 않았다. 그런데 윤석열 탄핵 사건에선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에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것에 불과하므로, 피청구인의 법 위반의 중대성 판단에 영향이 없다’고 밝힌 것은 서로 모순된다고 보인다. 같은 기준이라면 한덕수도 파면되는 게 맞지 않았을까?”

—한덕수의 헌법재판관 후보자(이완규, 함상훈) 지명과 이후 헌재의 가처분 신청 인용은 어떻게 봤나.

“두 분 다 충분히 자격을 갖추신 법조인이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한덕수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소극적, 임시적 권한 행사를 넘어 위헌적 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 게다가 윤석열의 파면 결정으로 국민 신임이 박탈됐는데 국민 신임이 박탈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사람이 (선거로 뽑힐) 차기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차기 대통령의 권한을 찬탈(Usurpation)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전형적인 권한쟁의 사안이다.”

—권한 찬탈에 대한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나. 형사 처벌이 가능할까.

“형사 처벌까지는 쉽지 않아 보이고, 명백한 탄핵 사유는 될 것 같다. 미국에서도 이런 권한 찬탈은 탄핵 사유로 본다.”

차기 대통령 ‘권한 찬탈’한 한덕수

—이번 윤석열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국무위원 등 영혼 없는 고위 공무원의 문제도 심각했던 것 같다.

“1973년 10월20일 토요일,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폭로 보도로 궁지에 몰린 닉슨이 엘리엇 리처드슨 법무장관에게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하라고 지시했다. 콕스 특검이 녹음테이프 등 증거를 내놓으라고 줄기차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리처드슨 장관은 바로 그 자리에서 지시 이행을 거부하고 자진 사임했다. 닉슨은 뒤이어 장관 권한대행이 된 윌리엄 러컬즈하우스 법무차관에게 같은 지시를 했는데 러컬즈하우스 차관도 지시 이행을 거부하고 사임했다. 50년 전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단 한 명의 국무위원도 사의 표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국무위원이라면 닉슨 때 법무부 장차관처럼 ‘저를 밟고 가시오’라고 필사적으로 직을 걸고 계엄선포를 막으려 한 장관이 적어도 한 명쯤은 있었어야 하지 않나.”

—기존의 기관(법원, 검찰)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공수처와 헌재가 자주 비교된다. 두 곳을 모두 경험한 것은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참 운명인 것 같다. 사법시험 준비할 때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라는 문구가 써진 ‘정의의 종’(서울대 법대의 상징인 조형물) 앞을 매일 지나다녔다. 바람이 불기 전에 미리 눕는다는 공무원들도 있다지만 필요할 때 자기 역할을 하고 할 말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헌재가 법원이라는 뿌리에서 갈라져 나와서 독립하고 국민 속에서 자리를 잡는 과정에 저도 몸담았기 때문에 새로 생기는 공수처에 가서도 권력기관을 견제하며 자리를 잡는 과정에 기여할 부분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뒤 대통령 탄핵을 주제로 책을 쓰려고 할 때도 주변에서 ‘그러다 탄핵이 기각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탄핵 전문가로서 탄핵제도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점들을 책으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초대 공수처장 퇴임 후 책 ‘공수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썼던 것처럼 말이다.”

—공수처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크게 두 가지인데 ‘무능하다’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이 있는 거로 안다. 첫째로 무능하다는 지적은 듣고 겸허히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유능한 기관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향적이라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중립을 기한다고 기계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기계적 균형을 놓고 보더라도 (초대 처장 임기 동안) 공수처가 유죄를 받아낸 공수처 1호 사건은 조희연 교육감 특별 채용 사건이었고, 그 사건이 끝나자마자 시작한 2호 사건은 손준성 검사의 고발사주 사건이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양쪽 진영 사건 하나씩이다. 한쪽 진영만 수사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수사기관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공수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공수처를 강화하는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보이는데, 공수처의 개선 방향과 관련해선 지난해 한국형사법학회 논문(‘공수처 운영상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으로 써서 이미 남겨뒀다.”(해당 논문에는 공수처의 관할 문제, 구성원의 신분 보장, 규모 문제를 언급하면서 법 개정이 필요한 개선사항을 제시했다. ‘공수처,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책 말미 문답에도 공수처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담았다.)

이재호 기자 [email protected]

김진욱 전 공수처장이 2025년 4월17일 오후 법무법인 함백 사무실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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