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냐” “전과 많으면서”…국힘 3강, ‘탄핵의 강’에서 진흙탕 싸움 > 관련뉴스

金-韓, 金-安 24일 ‘일대일 맞수 토론’서 탄핵 책임론 공방

金 “내란 단정, 李와 뭐가 다른가”…韓 “李보다 전과 많으면서”

부정선거 두고도 이견…金 “경청해야” 安 “발견된 증거 없어”

한덕수 단일화 두고도 3인 의견 갈려…金 ‘O’ 韓 ‘△’ 安 ‘X’

(시사저널=박성의·변문우·강윤서 기자)

"대통령이 계엄을 하고, 한 후보의 책임이 제일 크다." (김문수 후보)

"이재명 전과보다 김 후보님 숫자가 더 많다." (한동훈 후보)

"지난 대선 우리가 이겼다면 그것도 부정선거인가." (안철수 후보)

'반(反)이재명 원팀'을 외쳤으나 '탄핵의 강'은 생각보다 깊었다.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에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가나다순) 후보가 24일 양자 토론을 대결한 가운데 이들은 △12·3 비상계엄의 위법성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정당성 △부정선거의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 등에 대해 상반된 인식을 드러냈다. 앞서 이들은 음해 없는 공정한 경쟁을 다짐했지만, 이날 토론이 과열되며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비방)전이 거칠게 전개됐다.

"도리 아냐" "민주주의자 맞나"…金-韓 거친 공방전

이날 양자 토론 포문을 연 후보는 반탄(탄핵 반대)파 김문수 후보였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채널A 스튜디오에서 열린 2차 경선 일대일 토론에서 찬탄(탄핵 찬성)파 한동훈 후보를 향해 '배신자 프레임' 카드를 꺼내들며 탄핵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 후보는 "제가 만약 한 후보처럼 대통령과 긴밀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관계였다면 저는 대통령이 국정을 훨씬 잘 수행토록 조언을 드리고 계엄을 막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도 시켜주고 정치를 한 번도 안 해본 분을 비상대책위원장도 시켜줬는데 대통령을 탄핵해버렸다"면서 "대통령이 계엄을 하고 탄핵을 당하고 파면되는 이 모든 과정에서 첫 번째 책임을 물으라면 한 후보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김건희 여사 논란, 명태균 의혹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잘못 나가는 길이 있을 때 남들은 가만히 있어도 (저는) 아부하고 아첨하지 않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맞섰다. 이어 "그걸 배신이라고 부르나"라고 반문한 뒤 "아버지가 불법 계엄을 해도 저는 막았을 것"이라고 했다.

급기야 김 후보는 한 후보를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에 빗대며 비판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는) 형이 자기를 정치적으로 반대하니까 무리하게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시켰다"며 "한 후보도 대통령을 탄핵하고 내란이라고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이재명과 다를 게 뭐 있느냐"고 거듭 질타했다. 여기에 한 후보는 "정말 큰 비하를 한다"고 반발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하고 이렇게 하는 거 보니까 저 사람은 사람이냐, 사람의 도리, 인간의 기본,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다시 생각을 해 봤다"며 "후보로서 정말 정중하게 사과하거나 아니면 정말 후보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국민에게 충성해야 된다. 국민만 바라봐야 한다"며 "민주주의자 맞느냐. 그게 제 답"이라고 맞받았다.

한 후보도 '이재명'을 앞세워 맞불을 놨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지난 2020년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으로 이날 벌금형이 확정된 사건을 언급하며 "대통령이라는 법치의 상징을, 과연 그런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할 수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지금 이재명 대표의 확정된 전과 숫자보다 오히려 김 후보님의 숫자가 더 많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법무부 장관까지 하신 분이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해서 벌금 조금 낸 거 이런 거 가지고 그렇게 말씀하시나"라고 반발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채널A 오픈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진출자인 김문수(왼쪽), 한동훈 후보가 토론 전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부정선거·계엄 두고 여야처럼 대립한 金-安

이어 이어진 안철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양자 토론도 거친 설전이 이어졌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뿐 아니라 보수층 일각에서 제기된 부정선거론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안 후보는 김 후보에게 "먼저 진심으로 솔직하게 사과해야 탄핵의 강을 넘고 이기는 길로 갈 수 있다"며 "보수의 진짜 책임은 국민 앞에서 반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윤 전 대통령 탄핵 상황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김 후보는 오히려 "안 후보가 사과하라"며 안 후보가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안 후보는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해) 헌법 조문 자체를 어겼기 때문에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김 후보는 "당의 여러 의견을 함께 논의하고 잘 따라가는 것이 당원의 책무"라고 맞받았다.

두 후보는 이른바 '부정선거론'을 두고도 상반된 인식을 드러냈다. 김 후보는 "많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분들에 대해 경청해야 한다"며 "공무원의 기본은 민원인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할 책임이 있다. 답을 안 하고 음모론이라고 하면 되겠나"라고 주장했다. 반면 안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부실은 확실히 있다"면서도 "부정선거 증거가 발견되면 거기서 시작해 모든 일을 풀어갈 수 있는데 그런 일이 안 생기면 명백히 부정선거라 말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다시 안 후보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이겼다면 그것도 부정선거인가"라고 묻자, 김 후보는 "이겼다고 해서 부정선거가 없는 건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4월2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채널A 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진출자인 안철수(왼쪽), 김문수 후보가 토론 전 리허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덕수 단일화 두고는…김문수만 '찬성'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단일화할지 여부를 놓고도 세 명 주자의 입장이 모두 엇갈렸다.

김 후보는 "한덕수든, 김덕수든 다 합쳐서 무조건 이재명을 이겨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 후보는 "치열한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미리 너무 그걸 앞장서서 얘기한다는 것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한·미 관세 협상이 중요하다며 "한 권한대행께서 이 일에 집중하시라 말하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실력과 품격으로 겨루되 비방과 모략은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며 공정 경선을 약속하는 후보들의 서약식을 진행했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며 후보들간 비방의 수위도 점차 고조, 당 지도부도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5일에는 한동훈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각각 한 번씩 주도권 양자토론을 진행한다. 토론회 이후 오는 27~28일에는 당원투표(5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50%)가 이뤄진다. 당심과 민심을 절반씩 반영한 결과를 종합해 오는 29일 3차 경선 진출자 2명을 발표하게 된다.

최종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다음달 3일 열린다. 만약 2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양자 결선을 하지 않고 최종 후보로 확정한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