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막후실세 건진 게이트 열리나…檢, ‘윤한홍 석산 민원’ ‘한은 뭉칫돈’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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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회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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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후보 시절 국민의힘 네트워크본부 활동, 본부 해체 후에도 ‘영향력’
인사 청탁 등 이권 개입 정황…통일교 측에도 정치권 만남 주선
법사 수사 전력 18건…“신권 아닌 ‘사용권’ 현금 다발은 이례적”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다시, 무속 논란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별의 순간'을 잡았던 시작부터 끝까지 무속 의혹으로 점철되고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지방선거 공천헌금 의혹은 서막에 불과한 듯하다. 이를 발판 삼은 검찰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 등 정치권과의 친분을 내세워 각종 이권에 관여한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 전씨와 그의 처남 김아무개씨,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舊 통일교, 이하 가정연합) 관계자 등에 대해 전방위적 수사에 나선 결과다. '법사폰'에서 쏟아진 친윤(親尹) 국회의원들의 이름은 시작일 뿐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전씨의 행적은 심상치 않다. 전씨의 은신처에서 '2022년 5월자 한국은행 발권 돈다발', 윤 의원이 전씨의 석산 민원을 해결해 줬다는 '2017년자 광업채굴사업건 서류' 등이 발견됐다. 여기에 전씨가 가정연합 측에서 받은 고문료를 두고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등을 소개한 대가"라는 게 검찰 측의 판단이다. 검찰이 확보한 기록은 이러한 의혹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시사저널은 전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도화선이 된 여러 의혹을 취재했다.
(위)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지난해 12 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아래)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4월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
"금융권은 윤한홍이 해결 가능"
전성배씨는 2021~22년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이미 도마에 오른 인물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 영향력을 끼친 무속인"이라는 게 이유다. 그 중심에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가 있다. 민감한 사안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배우자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고문 이력을 지닌 전씨는 네트워크본부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국민의힘 당직자, 나아가 당시 친윤계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등과 나눈 문자메시지도 확인됐다. 네트워크본부는 '무속인 논란'으로 해체됐다. 실제로는 '밝은미래위원회'로 재편됐다. 여기서도 전씨는 보고를 받고 선거운동을 지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강제수사 결과 전씨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여러 이권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료도 나온 것이다.
그중 하나는 금융권 문제다. 가정연합 측 관계자의 휴대전화에서 확보된 문자메시지가 시발점이 됐다. 아래는 전씨가 당시 가정연합 본부장 윤아무개씨와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대화에서 거론된 희림(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은 윤 정부에서 특혜 수주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다. 희림은 과거 코바나컨텐츠 전시를 여러 차례 후원한 바 있다. 전씨 주도로 만들어진 연민복지재단 출연 업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연민복지재단 대표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2010~13년)이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큰 그림 함께 만들어보시어요. 그리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두고 산업은행 등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의견 교환하겠습니다. 다녀와서 희림 대표도 한 번 뵐게요." (윤씨, 2022년 12월17일 오후 9시2분)
"넵, 금융권은 윤한홍 의원이 해결할 수 있어요." (전씨, 2022년 12월17일 오후 9시3분)
윤씨가 '산업은행 PF'를 언급한 것은 산은의 부산 이전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5월 윤 정부 출범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은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국가균형 발전과 글로벌 금융 중심지 육성을 도모한다는 취지에 따라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 등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제동이 걸렸고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현재는 사실상 좌초 상태다.
이 밖에 전씨는 윤 의원과의 만남도 주선했다. 그는 먼저 2022년 12월22일 오후 5시쯤 향후 예정된 윤 의원, 대한체육회장과의 점심 자리에 윤씨를 초대했다. 윤씨는 이를 사양한 후 윤 의원을 따로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씨는 2022년 12월27일 점심 자리에 윤 의원도 초대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윤 의원에게 말해 보겠다"고 답한 전씨는 16분 만에 "윤 의원 참석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씨는 전씨에게 고문료 명목의 돈을 건넸다. 전씨는 이에 대해 "(내 인맥을 이용해) 대통령 내외에게 접근하기 위한 차원은 아니었다"며 "윤씨가 이쪽(윤 정부) 정권에 가까운 사람을 만나려고 했던 것 같은데 힘없는 나를 잘못 골랐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 등을 윤씨에게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윤씨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씨는 한학자 총재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가정연합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당시 정치권에 거액의 대선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안팎으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바는 없다. 시사저널은 윤씨의 입장을 듣고자 윤씨를 비롯해 여러 주변인들을 접촉했지만 닿지 않았다.
검찰, 건진법사 현금 1억6500만원 압수
이뿐만이 아니다. 전성배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인사 청탁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2022년 3월22일 오전 윤한홍 의원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인사를 부탁했다.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길 백서로 정리해서 다시 보니 나름 성과가 크다고 자부할 수 있다. 백서에 정리하지 못한 일도 작다고 할 수 없는 일들이 많고, 큰일을 했지만 내세울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 빚을 어찌 갚을까? 권성동·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나름 인연 있는 사람들에게 부탁해 무리하지 않게 인사를 해달라고 했는데 딱 3명 부탁했고 나중에 별도로 추가하더라도 무리하지 않게 하려고 신중 또 신중하고 당선인의 심기를 거스리고(거스르고)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스스로 인맥을 동원해 나름 잘되리라 믿었는데 방법이 안 서네요. 3명 부탁했고 지금 1명 들어갔고 2명은 아직도 확정을 못 하고 있네요. 내가 이 정도도 안 되나 싶네요. 권력은 나눌 수 없는 거지만 나눠야 성공합니다."
전씨가 청탁한 1명에 대한 인사만 이뤄졌다는 취지다. 그러자 윤 의원은 "밖에서는 제가 인사를 하는 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무런 도움이 못 되고 있으니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대통령실 인사 청탁은 성공한 듯한 정황이 포착됐다. 전씨는 2022년 7월5일 오전 딸 전아무개씨에게 신아무개 대통령실 행정관을 염두에 둔 듯 "언제든 쓸 수 있다"고 알려줬다. "신 행정관은 찰리(전씨의 처남) 몫"이라고 설명하면서다. 또 딸이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과 시민사회수석실로 공문 발송했다고 한다"고 설명하자 "직접 소통하면 된다"고 했다. 전씨는 "'찰리'와 신 행정관이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것으로 찰리에게 부탁하라는 의미"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시사저널 4월14일자 「[단독] 검찰 영장집행 전 10년 사용한 휴대전화 "분실했다"는 건진법사 처남」 기사 참조).
검찰은 앞서 2024년 12월 서울시 강남구 소재 전씨의 은신처에서 현금 1억6500만원을 발견해 압수한 바 있다. 이 중 5000만원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신권 다발이었다. 비닐로 밀봉된 상태다. 밀봉 시점은 2022년 5월13일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다. 비닐 겉에는 '한국은행' 표식과 함께 기기 번호, 담당자 등이 기재돼 있다. 전씨는 검찰 조사 당시 "(이를 포함해 기도 명목으로) 돈을 사람들이 뭉태기로 갖다준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한국은행 거래는 신권을 받을 때 한다"며 "이번처럼 '사용권'이라고 기재되고 비닐로 밀봉된 돈이 은행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본 적이 없어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측은 자세한 내용에 대해 함구했다.
전성배씨가 2022 년 1 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네트워크 본부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의 등에 손을 얹고 근무자들과 인사하도록 하고 있다. ⓒYoutube 화면캡처
'수사 최소 18건' 모두 피한 건진법사의 인맥
전성배씨가 정치권과 연이 닿은 역사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YS 정권 출범 전부터 국가정보원(옛 국가안전기획부) 인사들이 전씨를 찾아왔다는 후문이다. 전씨는 사업가로도 활동했다. 주식회사 성홍인터내셔날, 에스캐피탈 등이 그가 이끈 업체였다. 이러한 이력과 달리, 전씨는 1989년 5월 문서손괴 혐의를 시작으로 2024년 9월까지 자동차관리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사기 등 최소 18건의 수사 전력이 있다. 이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상 사기 혐의는 2008년 3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이를 포함해 모두 증거불충분이나 기소유예, 공소권 없음 등의 처분을 내렸다.
이번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달랐다. 검찰은 지난해 초 코인 사업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러한 단서를 포착했다. 결국 전씨는 2018년 지방선거 경북 영천시장 경선 예비후보 측에게서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월10일 재판에 넘겨졌다. 예비후보 정아무개씨 측과 목격자인 축구선수 이천수씨, 정씨 측과 전씨와의 소개 자리를 마련한 이아무개씨 등의 진술이 주효했다. 특히, 전씨 등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기록은 혐의를 뒷받침했다. 전씨가 윤한홍 의원과의 친분을 내세워 돈을 받았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전씨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기도비' 명목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윤 의원도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전씨가 공천 장사를 했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윤 의원실 한아무개 보좌관은 "(평소 친분이 있던 정씨 측에게서) 부탁을 받고 (역시 친분이 있던) 이씨에게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한 게 전부"라며 "그 이후의 일은 모른다"고 했다. 정씨 측은 "윤 의원에게 줄을 대기 위한 목적으로 (의원실 소개로) 이씨를 처음 만나 (전씨를) 소개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전씨와 윤 의원의 교류 정황이 나오고 있다. 전씨의 인사 청탁에 그치지 않는다. 윤 의원이 2021년 12월15일 네트워크본부와 관련한 부정적 내용을 전씨에게 공유한 후 "권(권성동) 의원과 제가 완전히 빠지는 게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요"라고 하는 등 전씨에게 조언을 구하는 문자메시지 등이 다량 확인됐다. 두 사람의 인연을 추정케 할 만한 자료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됐다. 전씨 일가의 광산 사업과 관련한 자료다.
전씨는 2012년부터 광산 사업을 추진했다. 배우자 명의로 경기도 가평 소재 산에 대한 광산 채굴권을 따내는 게 골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광업등록사무소에 2012년 11월 처음 채굴권과 관련한 서류를 제출했다. 신청자는 이러한 등록 시점부터 3년 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광업등록사무소는 3년이 지나면 업체를 불러 설명을 듣는 청문 절차를 진행한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자체 허가를 받는 시점을 1년가량 유예하기도 한다. 전씨 측은 2012~17년 경기도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전씨의 '광산채굴권' 관련 서류에서 윤 의원이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 인쇄물이 발견됐다. "12월초 광업등록사무소의 공문을 받고 청문 절차에 따라 소명하면 1년 추가 유예하는 것으로 사무소와 맞춰놨다"는 내용이다.
이는 채굴권 첫 등록 후 6년이 지난 시점인 2017년 11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전씨 측의 광산 사업은 경기도가 2018년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실패했다. 그러나 광업등록사무소는 2017년 전씨 배우자 명의의 개인사업자에 대해 2019년까지 유예해 줬다. 검찰이 확보한 내용대로 '1년 추가 유예'가 된 셈이다. 이에 대해 광업등록사무소 측은 "특정인이 산자부와 말을 맞출 수는 없는 구조"라고 전제하면서도 "그간 담당자가 바뀌어 당시 상황을 설명해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앞서 전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중 "윤 의원이 과거 전씨의 석산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는 게 보좌진의 설명"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광산 채굴과 관련한 문건(2017년)과 공천헌금 사건(2018년) 당시 윤 의원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주요 당직을 맡고 있었다. 윤 의원 측은 이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여러 의혹에 대해 수사 의뢰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를 둘러싼 의문은 친윤계 국회의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도 뜨거워지고 있는 형국이다(시사저널 4월18일자 「건진법사의 '사라진 영향력'? 지난해에도 윤석열 장모와 10차례 통화」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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