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이미선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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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회 연결
본문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헌법 재판관들을 마주했다. 재판소에는 긴장이 흘렀고, 질문이 시작되면서 정적이 깨졌다. “계엄 목적이 거대 야당에 경종 울리고, 부정 선거 수집을 위한 것이라고 정리하면 되겠습니까?” 이미선 재판관은 김 전 장관에게 계엄의 목적이 무엇인지 물었다. “네. 부정 선거 증거 수집이 아니라 실체를 파악해서, 국민들에게 부정선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없었다면 부정선거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하기 위해”라고 대답했다. 부정선거 때문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김 전 장관의 대답에, 이 재판관이 차분한 어조로 다시 물었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 비상계엄 선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예상치 못했다는 듯, 김 전 장관은 즉답을 피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몫”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미선 재판관의 이 질문은, 계엄과 관련한 모든 상황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듯했다. 계엄의 부당성을 질문으로 설명한 셈이다.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속 시원한 질문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한창이던 지난 1월 23일의 일이다.
이렇듯 탄핵 심판에 국민적 공감대를 일으킨 이미선 재판관이, 강원도 화천 출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화천읍에서 수 십 년 동안 이발소를 운영해온 이병우 씨의 큰딸이다. 공부를 잘해 늘 중학교에서 1등을 놓치지 않던 큰딸은, 선생님의 권유로 외가가 있는 부산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부산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했다.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부장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법원 내 요직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 부장 판사를 맡다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임명됐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 재판관은 임기가 만료돼 오는 18일 퇴임한다. 화천 출신인 그가 높은 지위에 올랐었다는 사실보다는, 그 직분에 충실했다는 점이 더욱 자랑스럽다. 이 재판관의 아름다운 퇴장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응원한다. 이수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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