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관세 다음으로 트럼프가 中 압박할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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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9일(현지 시각)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125%의 상호 관세를 매겼다. 앞서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단속 문제로 부과된 관세 20%까지 합치면 4월 11일 현재까지 중국에 부과된 관세율은 145%에 달한다. 중국 역시 이에 대해 보복 관세로 맞섬으로써 미중 관세전쟁은 이제 어느 한쪽이 먼저 포기해야만 끝나는 치킨 게임으로 치닫게 됐다.
어느쪽이 이길지를 점치기는 섣부른 감이 있지만, 현시점에서 보건대 트럼프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트럼프에 관한 여러 회고록 등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은 트럼프가 집권 1기 때부터 시도했었고, 2020년 대선 실패와 2024년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꾸준히 준비해 왔던 야심찬 계획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4월 2일 트럼프가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는다는 명목하에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 정책을 밝혔을 당시에도 그의 마음속 제1의 목표는 바로 중국이었다. 일각에서는 각국 수출 규모와 대미 무역 흑자 규모를 기준으로 관세율을 상정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설명이 오류가 많고 주먹구구식이라고 비판한다. 베트남(46%)·태국(36%)·인도네시아(32%) 등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보다 높거나 중국에 버금가는 수준의 관세 폭탄을 맞았고, 미국과 교역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레소토(50%), 마다가스카르(47%), 모리셔스(40%) 등에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의 대미 수출 우회로라는 점과 마다가스카르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중국이 이 프로젝트에 끌어들이려고 눈독을 들이는 국가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중국 견제 목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외교를 비즈니스맨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트럼프의 특성을 바탕으로 추측하건대 어쩌면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중국의 목을 죈다는 주목적만 달성한다면 나머지 국가에 대한 관세율은 모두 협상을 통해 조정 가능한 부차적인 문제였기에 그리 정밀하게 책정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실 집권 2기 약 3개월에 접어든 트럼프의 그간 행보는 모두 중국과의 전쟁을 치르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취임 직후 파나마 정부를 압박해 중국의 일대일로에서 탈퇴하게 했고, 미국이 가자 지구를 점령하겠다는 무리수에 가까운 계획을 밝히는가 하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휴전 협상에 들어갔다. 미국의 모든 힘을 중국을 상대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마침내 관세를 앞세운 무역 전쟁으로 중국에 첫 선전포고를 날렸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중국 압박 작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트럼프 당선 직후인 작년 1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을 조사하던 미 연방수사국(FBI)이 코로나는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바이든 정부가 이를 덮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 3월에는 독일 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이 코로나가 우한 연구소에서 나왔을 확률이 최고 90%라고 밝혔고, 뒤이어 코로나가 중국 연구소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음모론이라고 줄기차게 목소리를 높였던 뉴욕타임스(NYT)마저 “일부 과학자와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코로나가 자연 발생적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핵심 사실을 숨기거나 축소했다”라는 외부 기고문을 게재해 코로나는 중국 책임이라는 트럼프의 말에 사실상 승복했다. 이로 인해 이미 2020년 코로나의 책임을 물어 중국에 손해 배상을 청구했던 미주리 주(州)는 지난달 연방법원으로부터 240억달러(약 35조원)의 손해 배상 판결을 얻어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는 2020년 미 대선에서 부정선거가 저질러졌고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캐시 파텔을 FBI 신임 국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미국 선거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라고 밝혔던 크리스 크렙스 전 사이버·인프라보안국장에 대한 수사를 4월 9일 법무부에 공식 지시했다. 4월 10일에는 털시 개바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각료회의에서 전자 투표 시스템이 해커의 공격에 취약하며, 선거 조작의 증거를 입수했다는 충격 발표를 했다. 또한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등이 트럼프 1기 시절 백악관 몰래 중국군 수뇌부와 내통한 사실까지 최근 드러났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30일부터 4월3일 사이 트럼프 지지율이 49%에서 53%로 오히려 높아졌다는 CBS의 보도가 나온 이유는 아마도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에 명분이 있다는 대중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야당이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류 언론에서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만큼 적극적으로 트럼프에 제동을 걸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CNN이 조사한 민주당 지지율이 29%로, 1992년 자체 여론 조사를 실시한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민심이 민주당을 떠난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 효율부(DOGE)가 연봉 대비 비정상적으로 재산이 많은 정치인에 대한 대대적 조사에 들어갔는데, 여기에 횡령이나 기득권 카르텔로부터 뇌물을 받아 자산을 늘린 것으로 추정되는 민주당 의원들이 대규모 포함됐을 정도로 민주당의 부패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와 바이든 전 대통령 역시 정치를 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재산이 늘어난 인물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는 집권 1기에 비해 자신에게 유리한 국내 상황을 이용해 중국에 대한 강경 모드를 브레이크 없이 추진할 것이다. 시진핑 위기설이 중국 내외에서 공공연하게 나돌 만큼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이 과거만큼 탄탄하지 않아 보이는 점까지 감안하면 트럼프는 지금이야말로 중국을 거꾸러뜨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렇듯 미중 강대국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인해 유탄을 맞게 된 우리가 그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다. 트럼프가 9일 갑작스럽게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원래 부과됐던 관세를 10%로 인하하고 90일간 유예 기간을 준 것은 미국에 대한 충성심 테스트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트럼프에게 내보일 협상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미국이 우리에게 본격적인 청구서를 내밀기 전에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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