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또 파면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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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연결
본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김지숙 / 탄핵 찬성 시민
당연한 건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진짜, 뭔지 모르겠는데, 아 또 눈물 나려고 그래….
한 시민이 탄핵 선고 직전,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기념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탄핵 반대를 외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선 실망과 함께 거친 반응이 터져 나왔습니다.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
공정하게 법으로 하라고 했잖아! 어떻게 xxx, 그런 결정을 내려? 이 xxxx
이게 나라입니까? 나라 아닙니다. 범죄자가 원하는 대로 돼 가는 나라입니다!
취임식 때 ‘반지성주의’를 언급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 /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2년 7개월 뒤,
윤석열 전 대통령 /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던 그가 역설적으로 ‘파면된 대통령’이 됐습니다.
8년 새 두 명의 대통령이 파면된 현실, 우리 사회에 어떤 물음을 던지고 있을까요?
양복 차림으로 등장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넘겨진 대통령이 직접 심판정에 나온 건 우리 헌정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내내, 12.3 비상계엄은 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11차 변론 최종 의견 진술(2월 25일)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입니다.
탄핵 심판의 주요 쟁점은 크게 5가지.
우선, 비상계엄 선포가 적법한 요건과 절차를 따랐는지 여부입니다.
당시 상황을 ‘중대한 위기 상황’으로 규정했다는 건데, 윤 전 대통령 측은 ‘계몽령’이란 표현까지 쓰며 비상계엄 선포는 정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대현 / 대통령 측 대리인(4차 변론. 1월 23일)
국민들은 이 사건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반국가세력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라고 몰아서 국방 책임자들을 구속한 데 이어서 대통령까지 구속한 것입니다.
황영민 / 국회 측 대리인(11차 변론. 2월 25일)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이른바 ‘야당과 국회의 반국가적 행위’들이 계엄을 선포할 ‘국가비상사태’가 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피청구인의 몽상에 불과합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5분가량의 회의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절차적 요건도 충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7차 변론. 2월 11일)
국무회의가 아니라면 뭐 하러 (국무위원) 11명 올 때까지 대통령께서 비상계엄 선포를 30분 가까이 미루면서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날 아무도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고, 국무위원들은 계엄령 선포안에 서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복수의 국무위원들은 제대로 된 국무회의가 아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10차 변론. 2월 20일)
통상의 국무회의와는 달랐고 형식적인, 실체적인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내란 혐의 국정조사 청문회. 2월 6일)
총리께서 말씀하셨듯이 저는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지난해 12월 24일)
(국무)회의 자체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헌재는 야당의 ‘연이은 탄핵’과 예산안 삭감 등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고,
문형배 /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4월 4일 탄핵 심판 선고)
피청구인의 판단을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 상황이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계엄선포의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며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온 국민에게 생중계된 비상계엄 당시 상황.
국회 내 계엄군 투입은 탄핵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쟁점 중 하나였습니다.
질서유지 차원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과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를 방해하려 했다는 국회 측 주장이 맞섰습니다.
문형배 /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3차 변론기일. 1월 21일)
계엄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습니까?
윤석열 전 대통령
없습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6차 변론. 2월 6일)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전화해)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윤석열 전 대통령(6차 변론. 2월 6일)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저는 써본 적이 없습니다.
계엄 해제 닷새 뒤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김현태 전 특수전사령부 707특임단장.
김현태 당시 특수전사령부 707특임단장(지난해 12월 9일 기자회견)
‘국회의원들이 모이고 있단다,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단다, 막아라. 안 되면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느냐' 이런 뉘앙스였습니다.
탄핵 심판 증인석에선 다른 말을 했습니다.
김현태 전 707 특임단장(대통령 측 증인 출석 / 6차 변론. 2월 6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으로부터) 끌어내라는 지시가 없었고 제가 기억하기에는 뭐 있었다고 한들 안 됐을 겁니다.
하지만 계엄 당시 국회로 투입됐던 이상현 제1공수특전여단장과 안효영 작전참모 등이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고, 헌재가 유일하게 직권으로 채택한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도 해당 지시를 받았다고 분명하게 증언했습니다.
정형식 / 헌법재판관(8차 변론기일. 2월 13일)
그러니까 정확하게 표현이 본청 안으로 들어가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이렇게 했단 말입니까?
조성현 /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그렇습니다. 내부로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
문형배 /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4월 4일 탄핵 심판 선고)
군을 투입하여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으므로,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하였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특권을 침해하였습니다.
중앙선관위에 군 병력을 투입한 것을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김정민 / 국회 측 대리인(5차 변론. 2월 4일)
방첩사 계엄 매뉴얼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국회로 출동하고 선관위로 출동하는 그런 매뉴얼이 있습니까?
윤석열 전 대통령
선관위에 (군을) 보내라고 한 것은 제가 김용현 장관에게 얘기한 겁니다.
선관위 서버의 복사와 반출을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지만, 윤 전 대통령은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5차 변론. 2월 4일)
(출동한 군인들은) 서버를 압수하네 뭐네 이런 식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가 내린 지시는 가서 무슨 장비가 어떤 시스템으로 가동되는지 보라는 거였고….
전형호 / 국회 측 대리인 (9차 변론. 2월 18일)
단순 점검의 목적이었다면 계엄을 선포하자마자 영장주의를 모두 무시하면서까지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계엄군이 영장 없이 선관위를 압수수색 해 영장주의를 위반하고,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판시했습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 국회 국조특위 1차 청문회. 1월 22일
저 대통령 좋아했습니다. (대통령이) 시키는 거 다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체포) 명단을 보니까 그거는 안 되겠더라고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서 받아적었다는 ‘체포 명단’ 메모.
계엄의 불법성과 내란죄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주목받으면서 뜨거운 쟁점이 됐습니다.
김현권 / 국회 측 대리인(5차 변론. 2월 4일)
(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까.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는 취지로 말하였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그렇게 기억합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홍 전 차장이 탄핵 공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전 차장이 보좌관에게 메모를 고쳐 쓰게 했고, 메모를 받아적었다고 밝힌 시각과 장소가 당시 CCTV 화면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10차 변론. 2월 20일)
저와 통화한 것을 가지고 대통령의 체포 지시라는 것과 연계를 해서 바로 이 내란과 탄핵의 공작을 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홍 전 차장은 진술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습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10차 변론. 2월 20일)
보좌관한테 정서(글씨를 바르게 고쳐 씀)를 시킨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제가 혼자만 가지고 있었고 혼자만 썼다면 누가 제 말을 믿어주겠습니까?
그런데 홍 전 차장만 이런 진술을 한 게 아니었습니다.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도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명단을 직접 들었다고 거듭 밝혔고,
조지호 경찰청장은 탄핵 심판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해 앞서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금규 / 국회 측 대리인(10차 변론. 2월 20일)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매번 다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받으신 것은 맞습니까?
조지호 경찰청장
맞습니다. 그리고 그때 질문에 사실대로 답변한 것은 맞아요. 조서별로 제가 그렇게 다 서명‧날인했습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법관 등의 체포를 지시했고, 특히 위치 추적까지 시도한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봤습니다.
문형배 /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4월 4일 탄핵 심판 선고)
현직 법관들로 하여금 언제든지 행정부에 의한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하므로,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입니다.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비상계엄이라고 해도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위헌·위법한 조치가 됩니다.
장순욱 /국회 측 대리인(4차 변론. 1월 23일)
계엄을 하더라도 국회 권한은 제한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었어요?
윤 전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애초에 포고령을 집행할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4차 변론. 1월 23일)
상징적이란 측면에서 집행 가능성도 없는 거지만 ‘그냥 놔둡시다’라고 말씀드리고 놔뒀는데 기억이 혹시 나십니까?
김용현 전 국방장관 / 대통령 측 증인
대통령님 업무 스타일이 항상 법전을 먼저 찾으시거든요. 조금 이상하다 그러면 법전부터 가까이하셔서 찾아보고 하시는데, 안 찾으시더라고요.
하지만 계엄 당시 실제로 집행 의지가 있었다는 상반된 증언이 나왔습니다.
장순욱 /국회 측 대리인(8차 변론. 2월 13일)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 의결하러 국회에 들어가는 상황은 마찬가지였는데 이 포고령 1항 때문에 결국 다시 (국회) 전면 통제로 돌아갔던 거죠?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그 포고령이라는 근거에 의해서 상급청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헌재는 포고령 1호가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과 권력분립 원칙 등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주요 쟁점이 모두 위헌‧위법하다는 판단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절차상 하자 등을 이유로 탄핵소추가 기각되거나 각하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헌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문형배 /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4월 4일 탄핵 심판 선고)
피청구인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됩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다만, 변론 과정에서 제기된 절차상 하자 문제에 대해선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이 나뉘기도 했습니다.
헌재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두 차례 발의했지만, 정기회와 임시회에서 각각 발의됐다며, 한 회기 내에서 부결된 안건을 재발의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다른 회기에도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정형식 재판관의 보충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 헌재가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에 대해선 이미선, 김형두 재판관이 “적용할 수 있다”고 봤지만,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은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차진아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러한 국가긴급권의 오남용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는 그러한 결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보충 의견에서 보면 대립하는 보충 의견이 2개 나왔거든요. 어떠한 증거를 채택해서 어떻게 사실관계를 인정할 것인가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 것 아닌가 이렇게 추측이 됩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서 파면까지 걸린 시간은 11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 노무현 전 대통령 때 63일이 걸렸던 것과 비교해 역대 최장 기록입니다.
특히 변론 종결 후 선고까지 길게는 3배 이상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탄핵 심판 결정문이 114쪽에 이를 만큼 헌재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길어진 헌재의 고심만큼 거리의 갈등도 더 깊어졌습니다.
탄핵 심판의 날, 헌재 주변은 말 그대로 진공 상태로 변했습니다.
헌재 앞엔 경찰 버스 차벽이 겹겹이 쌓였고, 주유소 등 위험 시설도 모두 폐쇄됐습니다.
경찰은 가용 인력 전원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습니다.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헌재의 22분.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나오자,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희비는 엇갈렸습니다.
방혜린 / 탄핵 찬성 시민
처음에 딱 얘기 나왔을 때 8:0인가 막 이러면서 두근두근 봤는데 어쨌든 염원한 대로 돼서 너무 좋고, 그런데 이제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들이 많으니까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가 남은 과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탄핵 반대 시민
저는 일부러 안 봤는데 결과가 나왔어요?
(기자: 파면이 됐어요.)
안 봤어요. 일부러... (마음이) 엄청 아프지, 그러나 이게 시작인 것 같아요. 이게 시작이고….
일부 시민들은 파면 결정에 격앙된 모습을 보였지만, 우려했던 시민들 간 충돌은 없었습니다.
탄핵 심판 직전까지 서로를 향한 날 선 공격을 이어갔던 정치권도 헌재 판결에 각각 승복과 환영 의사를 밝혔습니다.
권영세 /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안타깝지만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하게 수용합니다.
생각과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헌정 질서 속에서 내린 종국적인 결정입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헌법을 파괴하며 국민이 맡긴 권력과 총칼로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협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선고됐습니다. 위대한 국민들이 위대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되찾아 주셨습니다.
차진아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물론 인간이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재판도 그렇고 헌법재판소 재판도 그렇고 완벽하지 않을 수 있어요. 오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은 일단은 승복해야 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렇게 진심으로 승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계속 쌓이게 되면요. 결국은 사법 불신이 더 깊어지고 그렇게 되면 국가가 존립할 수가 없게 됩니다.
계엄 이후 탄핵까지 122일.
그동안 갈라졌던 광장은 우리 사회에 해결해야 할 숙제를 남겼습니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갈등은 임계점을 넘어섰고, 서로를 향한 불신만 가득했습니다.
사법부를 겨냥한 폭력 사태가 벌어졌지만,
[현장음]
부셔, 부셔! 점거해, 점거해!
통합에 힘써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거리의 분노에 편승했습니다.
서천호 /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수처, 선관위, 헌법재판소,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 때려 부숴야 합니다, 쳐부수자!
전현희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내란을 청산하지 못한 헌법재판관 8인은 '을사 8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관용과 절제는 사라지고 극단적인 구호와 함성만이 정치를 지배했고, 각자 ‘내 편’만 바라보는 세몰이가 이어졌습니다.
윤상현 / 국민의힘 국회의원(3월 30일)
민주당은 이제 민주 정당이 아니다라는 것을 선포했다. 이러면 스스로 해체하거나 빨리 정당해산 심판을 받아야 된다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박홍근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3월 16일)
그 대통령 속한 정당에게 책임을 묻는 게 이게 연좌제입니까? '우리는 아무 책임 없어요’ 그냥 국민들에게 고개 한번 숙이면 끝입니까?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해요.
조진만 /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실질적으로 정치권이 문제를 해결을 못하고 오히려 자기의 어떤 당리당략적 이익을 위해서 강성이라든지 극단적인 입장들을 오히려 주류 쪽으로 들여오고, 아니면 본인들이 스스로 그쪽에 가서 주류화함으로써 굉장히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고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그런 측면들이 있는 거죠.
이 갈등의 한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계엄이 실패로 끝난 뒤 지지자들을 향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던 윤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 / 지난해 12월 12일
지금껏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주도한 세력과 범죄자 집단이 국정을 장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 저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지난달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헌정사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와 구속, 그리고 석방.
탄핵 정국 내내 갈등과 혼란이 이어졌지만, 최후 변론까지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의 이유를 거대 야당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2월 25일 최후 진술
2시간 반짜리 비상계엄과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줄탄핵, 입법‧예산 폭거로 정부를 마비시켜 온 거대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상대의 권능을 마비시키고 침해한 것입니까?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이뤄진 뒤에야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원호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실패한 정치인이 맞죠. 왜냐하면 정치를 정치로써 해결하지 못하고 정치 바깥으로 가서 계엄을 선포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제 가장 드라마틱하게 실패한 정치인인데...
자연인이 된 윤 전 대통령은 이제부터는 내란죄 형사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야 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
취임 후 엿새 만에 국회를 다시 찾은 윤 전 대통령.
[현장음]
대통령님, 의장께도 인사하시죠.
'하하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윤 전 대통령은 국정의 중심은 의회라며 협치와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 전 대통령 (2022년 5월 16일)
의원 여러분께 직접 설명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회에서 드리는 첫 시정연설을 통해 우리가 당면한 상황과 앞으로 새 정부가 풀어가야 할 과제를 의원 여러분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야당의 반대에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등을 임명했습니다.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위해 민주당사에 진입하고 있는 검찰
이후 이재명 대표 측근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정면충돌하게 된 정부와 민주당.
급기야 민주당 의원들은 손팻말 시위를 벌이며 헌정사상 처음 대통령 시정연설 전면 거부에 나섰고.
[현장음]
대통령님, 여기 한 번 보고 가세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한 민주당
윤 전 대통령은 그 이후 국회 개원식과 시정연설에 불참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7차 변론, 2월 11일)
아무리 미워도 그래도 얘기 듣고 박수 한 번 쳐주는 것이 대화와 타협의 기본인데 제가 취임하고 갔더니 아예 로텐더홀에서 대통령 퇴진 시위를 하면서 의사당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여당 의원만 놓고 반쪽짜리 예산안 기조연설을 했고…
갈등은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점점 더 깊어졌습니다.
윤 정부는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차관급 인사 31명을 임명했고, 일부 기관의 야당 추천 인사들을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계엄 전까지 민주당은 공직자에 대한 22번의 연이은 탄핵 소추로 맞받았습니다.
2년 11개월 내내 주요 현안마다 첨예하게 대립한 여권과 야당.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협의가 안 되면 원칙대로 법이 정한 대로 상임위, 본회의 열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법대로 합시다. 대통령께서도 법대로 좋아하지 않습니까?
정부와 여당은 재의 요구, 즉 거부권 행사로 맞섰습니다.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되는 쟁점 법안들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재표결 후 폐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입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야당의 방해로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조진만 /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제가 최악으로 운영될 때의 모습이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서 야당이라든지 자기 반대편을 진압하려고 하고 야당은 거대 야당인 경우에는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자기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고 한다는 거거든요. 그 최악의 조합이 나오고 있고 이 문제가 이렇게 개선될 조짐이 안 보이는 거죠.
차진아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러한 근본적인 문제점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결국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그리고 어떤 국회의 그런 탄핵 소추권 남발 그리고 어떤 예산안에 대한 어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그런 삭감 이런 것들이 이제 그러한 정치 체제의 권력 구조의 불합리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원호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우리 대한민국 정치가 이렇게 거칠어지게 된 과정을 생각해 보면 승자 독식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승자 독식보다 사실은 약간 더 센 말을 찾아야 할 거예요. 계속해서 정치적인 보복들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권력을 놓치면 이제 죽는다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서 어떤 수라도 써야 하고 그래서 그 과정에서 이제 뭐 여러 가지 비극들. 그다음에 정치 지도자들이 그러고 앉아 있으니까, 사실은 국민들은 이제 또 더 심각하게 분열되는 그런 상황…
승자독식, 그 틈에서 실종된 정치.
8년 만에 다시 대통령 탄핵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문형배/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4월 4일 탄핵 심판 선고)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헌법재판소는 이 갈등의 책임은 어느 한쪽에만 있지 않으며, 해결 또한 정치의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형배/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4월 4일 탄핵 심판 선고)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입니다.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합니다. 피청구인 역시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고, 이는 민주정치의 기반 자체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극단으로 갈라진 분열과 대립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개헌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조진만 /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금 같은 대통령의 권한을 가져서는 안 되겠다는 부분들이 이번에 명확해진 것 같고요. 지금 상황에서도 만약에 개헌을 못 한다고 그러면 사실 어느 상황이 돼야 대한민국이 개헌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김윤철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거대 양당이 정치를 이제 주도해 가는 이런 정당 구도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다당제가 되면 아무래도 다른 목소리들이 들리고, 그러면 거대 양당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을 설득하고 하는 과정에서 입장이라든지 주장하는 바의 내용들이 바뀌기도 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선서
선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 윤석열.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통합 대신 분열, 협치보다는 대치 끝에 헌정사에 다시 탄핵된 대통령으로 남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될 대통령 선거.
김성중 / 경기 고양시
앞으로 새롭게 정치하시는 분들이 국민적인 통합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겠죠. 그리고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방혜린 / 서울 강서구
개헌에 대한 요구들도 많잖아요. 현 체제에 대한 어떤 한계들이나 이런 것들을 발굴하면서 좀 더 다양한 목소리가 담길 수 있는 민주주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은 다른 길을 갈 수 있을지,
우리 사회는 묻고 있습니다.
조진만 /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존하고는 좀 다른 식의 국민통합 노력을 진짜 진정성 있게 해야 합니다.
굉장히 힘들 거예요. 굉장히 힘들 거고 본인들이 그 진영에서 누렸던 모든 권리라든지 아니면 그 호응 이런 것들을 어마어마한 비판 내부적인 비판과 외부적인 비판을 다 감수해 가면서 국민통합을 해나가야 하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저는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그게 돼야 국론이 통합되고 국민이 어느 정도 통합돼야 한국은 에너지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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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조정인, 임주현, 강병수, 김수연
촬영:조선기, 강우용
편집:최정연, 이기승, 김태형, 김기곤
그래픽:장수현
리서처:김보현, 채희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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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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