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 내로남불] 기사를 빙자한 판사 조롱이 허용될 수 있을까요? > 관련뉴스

본문 바로가기

관련뉴스

글쓰기 : 200개 , 댓글 : 20개 , 글읽기 : 10개 부국코인 지급

[임재섭의 내로남불] 기사를 빙자한 판사 조롱이 허용될 수 있을까요?

profile_image
ManchesterUnited
2025-03-31 18:31 37 0 0 0
  • - 첨부파일 : 20250330131022944.png (392.5K) - 다운로드

본문

골프를 치지 않았다,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관계 내팽겨치고 해석 끌고와 판결한 해괴한 논리

기사를 빙자한 판사 조롱이 허용될 수 없듯, 판결을 빙자한 정치행위도 용납돼선 안 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판결이 예상외의 무거운 형량이 나왔다는 분석이 많았기에, 2심에서 유죄로 인정되는 부분이 줄어들거나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비슷하지만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은 재판 전부터도 있었다. 모든 정치권의 관심은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제한되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느냐에 초점이 모였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무죄판결'이라는 결론이 아닌, 무죄 판결을 도출한 논리가 기괴하다는 점에 있다. 항소심의 최대 쟁점은 지난 2021년 12월 29일 이 대표가 채널A '이재명의 프로포즈-청년과의 대화'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단체 사진 중의 일부를 떼 내가지고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는 발언이 허위사실이냐 여부다. 이 발언은 이 대표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과 맞물린 발언이다. 이 발언에 대해 검찰 측은 이 대표가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가져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라고 주장한 반면, 재판부는 '고(故)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사실의 부연설명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해당 사진이 '원본이 아닌 확대한 사진의 일부'이므로 사진이 조작됐다는 의미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에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사건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과거 골프를 쳤고, 서로 오래전부터 알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5년 1월 이 대표,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 전 처장이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재판 전 이미 세간에 알려져 있었다. 심지어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이 대표가 골프를 치다가 일본인인 척을 한 적이 있다거나, 김 전 처장이 딸에게 이 대표와 자신이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을 자랑했다는 등의 아주 구체적인 부분까지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이를 뒷받침할 김 전 처장의 영상도 공개돼 있는 상태다.

그 때문인지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인 '골프를 쳤다' 자체를 판단하지 않았고, 단순히 원본을 확대한 사진을 두고 자체적으로 '조작'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백현동 협박' 발언에 대한 판단도 비슷하다. 백현동 관련 이 대표의 발언은 "국토부로부터 혁신도시법상 용도변경을 요청받고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 "그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국토부 공무원들에게서 '용도변경 안 해주면 직무유기'라는 협박을 받았다"라는 2개의 문장이다.

여기서도 '협박을 받았다'는 발언은 해석이 불필요할 정도로 명확하다. 1심 재판부가 국토부와 성남시 공무원 20여명이 "협박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증언한 사실과 함께 각종 공문을 통해 입증됐다는 증거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공표 사실 전체를 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 다소 과장이 있거나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국토부의 거듭된 요구를 받았음이 확인되고, 다각도로 압박받는 당시 상황을 과장한 표현일 수는 있지만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판결로 보면 기괴한 논리전개이지만, 판사가 처음부터 판결이 아닌 다른 부분을 생각했다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처음부터 이 재판 결과의 모든 관심은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제한되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선고 여부였기 때문이다. 판사의 양심 안에서는 이번 판결이 구국의 결단었다거나, 정치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사법부가 보완한 것이라고 자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기사를 빙자해 판사를 조롱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듯이, 판결을 빙자해 사법부가 정치행위를 하는 것 또한 용납돼선 안 된다. 이는 정치적인 부분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고, 설령 상대진영에서 정치재판을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인 판결이 늘어날수록 사법부가 입법부에 끌려다니는 하나의 예시가 늘어날 뿐이다.

예를 들어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취소 판결을 받을 때 적용됐던 논리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발언을 다른 합리적 해석을 배제한 채 공소사실로만 해석하는 것은 법리에 어긋난다)'를 꺼냈다. 설령 그때 판단이 틀렸다고 해도, 같은 논리를 받아들여 이번 판결까지 틀린다면 그것은 사법부의 불신을 더욱 확대시키고 입법부가 쉽게 사법부를 휘두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따름이다.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적확한 논리여서 적용했을 뿐이라면 되묻고 싶다. 재판부의 판단대로 확대한 사진이 원본이 아니기 때문에 조작이라고 봐야한다면, 과연 판사는 그간 모든 재판을 원본 파일을 가지고만 재판했는지. 그렇지 않다면 판사는 여태까지 대부분의 재판을 조작된 사진을 가지고 판단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또한 재판부의 판단대로 '협박을 받았다'는 말이 거짓인지 판단할 때 '협박을 받았는지 여부'가 아닌 '압박을 받았다고 당사자가 느꼈는지'여부를 기준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번 판결은 '협박을 받아서 이런 판결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평가해도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분명히 이번 재판에서는 '협박을 받았다'고 표현한 것에 '과장이어도 틀린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있었고, 판사는 이번 판결을 두고 수많은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판사가 협박을 받아서 판결했다는 말도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임재섭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