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 보도 종용하는 KBS 시청자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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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KBS 시청자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이어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큐멘터리 등으로 보도하라는 요구가 거듭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2월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이상기 위원(The AsiaN 발행인·한국기자협회 추천)은 “부정선거 문제, 일각에서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사전투표) 의혹이 많기 때문에 그러면 팩트(fact)는 다루어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찬반, 군 사기 문제 등에 대해서도 KBS 보도를 요구했다.
노현숙 위원(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교수·자유언론국민연합 추천)은 한 발 더 나아가 “프리랜서인 이영돈 PD가 부정선거 다큐를 제작한다고 하지 않나. 우리 KBS에서 공영방송이니까 만약에 필요한 사안이라면 더 먼저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들은 대법원이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국민의힘 전신)의 2020년 4·15 총선에 대한 선거무효소송을 기각하며 '부정선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결정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노현숙 위원은 “기각된 것이 법원에서 수사나 그런 것을 진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런 것이 있어서 의혹이 계속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적60분-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 계엄의 기원 2부' 자료 사진. 사진=KBS
대법원은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투표지 분류기, 선별된 투표지에 대한 감정 등 검증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원고인 민경욱 전 의원이 추천한 교수가 민 전 의원 측이 의뢰한 투표용지를 감정한 결과 외부에서 유입된 종이가 아니라는 판단도 나왔다. 대법원은 2022년 판결문에서 부정선거 주장은 “막연히 '누군가가' 사전투표지를 위조하여 투입하고 전산 등을 통하여 개표 결과를 조작하고 나중에 투표지를 교체하였다는 것에 그칠 뿐”이라며 “원고가 제시한 주요 증거방법에 대한 증거조사 결과는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지 아니한다”고 했다.
그러나 시청자위 회의에서 송웅달 KBS 교양다큐1국장이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사안에 대한 다큐멘터리 착수는 신중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을 말하자, 이상기 위원이 다시 발언권을 얻고는 “대법원 판결이 났다고 해서 그게 절대 선이고 절대 결정권을 갖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기 위원은 “부정선거 문제는 여기 임원들이나 간부들이 하기 어려운 일들은 우리 시청자위원회에서 옆에서 서포트한다든지 그래서 민감한 것들은 우리가 여기에서 토론을 통해서 어느 정도 잠정 결론을 내서 편하게 하는 게 어떨까”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KBS '시사기획 창-대통령과 내란 우두머리 혐의' 갈무리
KBS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루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최근 사측이 일방적으로 편성삭제했던 '추적60분-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 계엄의 기원 2부'에선 관련 음모론이 만들어져 확산한 과정을 추적해 보도했다. 앞선 1월 '시사기획 창-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에선 21대 총선에 대해 제기된 부정선거 소송 126건은 근거 없음, 22대 총선 부정선거 수사는 모두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구성된 현 KBS 시청자위원회에선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적극 보도해야 한다거나, 극우 매체를 추켜세우거나, KBS가 공영방송으로 지켜야 할 가치를 부정하는 주장이 이어져왔다. 반면 KBS 사측에 의한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은 좀처럼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2월 회의에선 박선경 위원(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한국여성변호사회 추천)이 '시사기획 창-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사측의 편집 강요와 불방 위기 논란을 거론했다. 그는 “취재 및 제작책임자가 취재 및 제작실무자의 의사에 반해서 그 삭제(박장범 사장의 윤 대통령 신년 대담 대목 등)를 강요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방송법 제4조 제4항에 의거해 제정된 KBS 방송편성규약 제7조에 정한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당한 조치가 아닌가 우려되었다”고 했다.
▲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의 한 장면. 박장범 앵커(현 KBS 사장)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을 어떤 방문자가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된 일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KBS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러자 김철우 KBS 시사제작국장은 “제작에 참석했던 기자들도 책임자들의 생각에, 그 과정에 대해서 모두들 동의한다는 결론이 났다”며 “제작의 자율성 측면에서는 이런 논의 과정을 이런 회의에서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앞서 '시사기획 창' 해당 회차 제작진은 사측이 박장범 사장 대담 등을 상당 부분 삭제하라고 거듭 요구했고, 지시에 따라 편집하지 않은 영상은 내보낼 수 없다며 압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방영된 '추적60분'에선 윤 대통령 언론관을 지적하는 대목에서 핵심 사안인 박장범 사장과의 이른바 '파우치 대담' 부분이 삭제됐다. '파우치 대담'은 박 사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누군가 파우치, 조만한 백을 놓고 간 일'로 축소했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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