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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공소장] 국민을 배신한 군대, '노상원의 반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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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chesterUnited
2025-04-16 22:03 164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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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으로 헌법을 파괴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다시는 한국 현대사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날의 진상을 역사에 낱낱이 기록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계엄 관련자들에게 제대로 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때다. 12.3 비상계엄의 실체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계엄에 동조한 세력 중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뉴스타파는 수사기록 등 방대한 사건 기록을 통해 12.3 내란의 심층부 속, 아직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장면들을 포착했다. 뉴스타파가 새롭게 써내려가는 그날의 범죄 기록. [편집자주]

지난 해 12월 3일 밤 무장한 군인들이 들이닥친 곳은 국회 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과천시에 위치한 중앙선관위에 계엄군이 난입한 사실을 최초 보도했던 뉴스타파는 이들의 행적을 추적했다.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방대한 분량의 국회와 수사기관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대북 공작 요원을 중심으로 기획된 ‘부정선거 공작’은 계엄령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군사상 위법 행위였으며, 군 내부의 사적 친분과 부정 청탁의 고리로 완성된 비선 조직의 작당(作黨)이었다. 뉴스타파는 그날 밤, 윤석열과 그 하수인들이 벌인 행위가 형법상 내란을 넘어, 군대가 국민을 배신한 사실상의 ‘반란’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군에서 쫓겨난 민간인의 ‘반란’ 기획

검찰에 따르면 계엄 약 2개월 전부터 제2수사단을 통한 부정 선거 공작을 기획했던 노상원은 지난 해 11월 9일 안산 상록수역 부근에서 정보사령부 관계자들을 만나 구체적인 임무를 하달했다. 당시 상황 재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2018년 부하 성추행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고 군에서 쫓겨났다. 민간인이 된 노씨는 군에서 나온 후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친분을 유지했다. 계엄 국면에선 부정선거 공작을 수행할 비선조직, ‘제2수사단’을 책임지게 된다.

검찰에 따르면 노씨가 전면에 등장한 최초 시점은 12·3 비상계엄이 일어나기 약 2달 전인 지난 해 10월이다. 당시 노씨는 현직 정보사령관 문상호 소장에게 지시를 내린다.

김용현 국방부장관은 10월 14일경 문상호 정보사령관에게 ‘노상원 장군 하는 일을 잘 도와주어라’라고 지시했고, 노상원은 그 무렵 문상호에게 전화하여 ‘대규모 탈북 징후가 있으니, 임무 수행을 잘 할 수 있는 인원을 선발해라.’라고 지시했다.

- 윤석열 공소장

검사 : 진술인의 주장대로 ‘장관으로부터 1차례 노상원을 도와 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더라도 중차대한 일을 진행하면서 전역한 지 약 5년이 경과한 민간인의 지시를 따를 수가 있는 것인지요?

문상호 소장 : 군 내에서 가장 선임자이신 장관님이 제게 말씀하신 사항을 따르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술기운에 하신 이야기도 아니고, 비화폰으로 전화하셔서 하는 말씀에 대해 의문을 표하거나 거스를 생각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 문상호 소장 검찰 진술

김용현 장관을 등에 업은 노씨는 정보사 후배인 정성욱, 김봉규 대령에게 임무를 수행할 공작 인원 선발을 지시한다. “사업 잘하는 놈을 선발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지시였다.

10월 중순경 노 전 사령관이 저에게 특별한 임무가 있으니 사업 잘하고 똘똘한 놈 선발하라고 했습니다. (중략) 저희 분야에 있어서 사업을 잘한다는 것은 대북 공작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난 인원들을 말합니다.

- 정성욱 대령 검찰 진술

제게 노상원 장군이 전화를 해서 ‘특수요원 중에 사격 잘 하고, 폭파 잘 하는 그런 인원 중에 한 7, 8명을 나에게 추천 좀 해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 김봉규 대령 검찰 진술

노상원의 ‘제2수사단’에는 대북 공작 사업을 주 임무로 하는 정보사 요원들은 물론, 요인 암살, 납치, 폭파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북파공작원, 이른바 HID(Headquarters of Intelligence Detachment) 요원 5명이 포함됐다.

구체적인 선발 인원의 가닥이 잡혀가던 지난 해 11월 9일, 노상원은 안산 상록수역 부근에서 김봉규 대령 등을 만나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언급하고, 제2수사단의 구체적인 임무를 하달한다.

우리가 부정선거 관련해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중앙선관위에 가서 부정선거와 관련한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중략) 그런데 우리 군인이 왜 그런 사람들을 잡아와야 하는지 물어봤더니, 노상원이 ‘계엄 같은 상황이 있을 수 있어’라는 말을 했습니다.

- 김봉규 대령 검찰 진술

제2수사단의 핵심 임무인 중앙선관위 장악 계획을 담은 A4 10장 분량의 문서도 전달됐다.

김봉규 대령이 저에게 전화하여 만나자고 하였습니다. 트럭이 많이 세워져있던 공터로 이동하였습니다. 김봉규가 저에게 A4용지 10장이 좀 넘는 분량의 문서를 주며, ‘노상원 전 사령관이 준 것이다’라고 했는데, 문서에 ‘계엄이 선포되면’이라고 계엄 선포 계획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중략) 저희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부분에 저를 ‘말선생’으로 김봉규를 ‘봉선생’으로 호칭한 문서였습니다. 

- 정성욱 대령 검찰 진술

노상원의 ‘부정선거 공작 부대’

노상원이 정성욱·김봉규 등 제2수사단 핵심 인력들에게 하달한 이른바 ‘부정선거 공작’은 △중앙선관위 직원에 대한 체포·구금 및 신문, △중앙선관위 서버 확보 및 포렌식 등 크게 두 축으로 기획됐다. 목적은 부정선거 증거 확보였다.

노상원의 '부정선거 공작' 계획에는 정보사와 수방사, 방첩사 등이 동원됐다.

중앙선관위 직원을 체포하고 신문하는 임무는 각각 수사부장으로 내정된 김봉규, 정성욱 대령이 맡았다. 북파공작원 등 정보사 군인들이 계엄 다음날인 12월 4일 새벽부터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대기하다 직원 30여명을 출근하는 순서대로 체포한 뒤 1차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노상원은 직원들이 반항할 경우, 흉기를 사용해 제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성욱 대령 : 12월 1일 롯데리아에서 노상원 사령관이 ‘애들(중앙선관위 직원들) 잡을 때 말을 안 들으면 위협을 해라, 케이블타이, 니퍼, 망치, 복면 또는 두건, 야구방망이, 테이프를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검사 : 위 각 장구는 왜 준비한 것인가요

정성욱 대령 : 케이블타이는 체포한 선관위 직원들을 포박하는 용도, 니퍼는 케이블 타이를 끊는 용도, 망치는 혹시 직원들이 문을 잠그면 이를 부수는 용도, 복면은 체포한 선관위 위원들에게 씌워 저희 얼굴 등을 못보게 하는 용도, 야구방망이는 위협용, 테이프는 각 선관위 위원들이 누군지 모르니 체포한 인원들 이름을 종이로 써 테이프로 붙여 놓으려던 겁니다.

- 정성욱 대령 검찰 진술

실제 계엄 당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100여단에 집결한 공작 요원과 특수 요원들은 작전 투입 전 체포 대상자에게 복면을 씌우고 포박하는 예행 연습을 진행했다.

이처럼 ‘정성욱 대령팀’이 선관위 직원 체포 임무를 담당했다면, 체포한 직원들을 모아 둘 임시 공간을 마련하고, 체포 명단에 적힌 직원들을 수도방위사령부에 마련된 구금 시설로 옮기는 임무는 ‘김봉규 대령팀’이 맡았다. 정보사 중앙신문단장으로 평소 탈북자 등을 조사했던 김봉규 대령이 선관위 직원들을 직접 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저는 정성욱 대령팀에서 잡아 온 인원들을 조사하는 임무였습니다. 그렇지만 진술을 받은 후에는 그 선관위 인원들을 수방사로 호송하는 것까지가 우리 팀의 임무였습니다.

- 김봉규 대령 검찰 진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와 관련된 놈들을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 했던 거 다 나올 것이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 정성욱 대령 검찰 진술

특히 노상원은 대법관이기도 한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을 자신이 직접 신문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상원이) ‘노태악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물어보면서, 부정선거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물어볼거다. 그 때 특수요원들을 나에게 2명 정도를 붙여달라’고 했습니다. 잘 진술 안하면 겁도 주고 해야 한다면서요. (중략) 노상원이, 노태악이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다고 하면서 야구방망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한 것 같습니다.



- 김봉규 대령 검찰 진술

비상계엄 선포 전에 출동한 군대

지난 해 12월 3일 밤, 과천 중앙선관위 앞으로 미리 출동해 대기 중이던 정보사령부 '선발대' 병력은 노상원의 계획에 따라 계엄이 선포되자 마자 중앙선관위 청사로 진입했다. 중앙선관위 CCTV

일부 정보사 병력들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도 전에 과천 중앙선관위로 출동했다. 정보사 계획처장으로 계엄 당시 ‘중앙선관위 장악 선발대’ 임무를 맡은 고동희 대령은 계엄 선포 약 2시간 전부터 작전을 수행했다.

20시 30분 경 지형 정찰을 위해 차량 2대에 5명씩 나누어 타서 일단 (중앙선관위로) 출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1시 6분경 중앙선관위 정문 앞에 주차장을 겸한 둥그런 도로가 있었는데, 차량으로 주차장을 한 바퀴 돌면서 중앙선관위 건물을 탐색했고 이후 차량을 정차하고 대기해 있었습니다.

- 고동희 대령 검찰 진술

당시 고 대령은 상부로부터 권총은 물론 실탄까지 챙겨 나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문상호 사령관님이) 복장과 관련하여 전투복에 야전상의, 전투모, 권총 휴대, 실탄 인당 10발 정도를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권총이야 보통 단독군장을 할 때 해서 이례적이지는 않은데 실탄까지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고동희 대령 검찰 진술

노상원이 지시한 또 다른 임무인 ‘선관위 서버 탈취’는 정보사는 물론 방첩사 병력까지 대거 투입된 합동작전이었다. 12월 3일 밤, 정보사 군인들은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 앞에서 대기하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청사 안으로 진입했다. 이들은 곧장 서버실을 비롯한 선관위 내부 주요 시설의 현황을 파악했다.

지난 해 12월 3일 밤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로 진입한 정보사 '선발대' 병력이 중앙선관위 서버 설비를 촬영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CCTV

당초 노상원의 계획은 뒤를 이어 출동한 방첩사 군인들이 선관위 서버를 장악하고 다른 수사 기관과 함께 선관위 서버를 탈취,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때 여인형 사령관이 지휘한 방첩사는 노상원이 꾸민 부정선거 공작의 또 다른 축으로 암약했다. 당시 방첩사 1처장이었던 정성우 준장(진)은 여 사령관이 “서버를 떼어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우리 임무가 되게 중요해’ ‘우리가 들어가면 전산실 출입통제하고 있으면 국정원, 수사기관 등 민간전문분석팀이 올 거야, 거기에 인계해 주면 돼..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서버를 카피해야 할 수 있어’라고 설명을 해 주었고, 제가 ‘서버 카피는 우리 능력이 안 됩니다’하고 문제를 제기하니까 여인형 사령관이 ‘그럼 그냥 떼어와’라고 지시했습니다.

- 정성우 준장(진) 검찰 진술

결국 노상원은 12월 3일 밤 먼저 정보사 군병력을 이용해 중앙선관위를 장악하고, 다음날 출근한 직원들을 불법 체포·구금한 다음 1차 조사를 거쳐 수도방위사령부로 호송할 계획이었다. 노 씨는 이 과정에서 선관위 직원들에게 ‘자백’을 강요하며 고문 및 가혹행위까지 벌일 작정이었다. 동시에 정보사 선발대가 장악한 중앙선관위 서버를 방첩사 및 민간 수사기관에 넘겨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하려고 했다. 시민들의 엄호를 받은 국회가 비상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노씨의 계획 상당 부분이 준비한 대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더럽혀진 군복, 그들도 알았다 

정보사 군인들은 중앙선관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불법 압수수색, 체포, 구금, 심지어 가혹행위까지 예비했지만 노상원이 명분으로 제시한 ‘부정선거’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밝혔다.

검사 : 실제로 위 선관위 직원들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었나요

김봉규 대령 : 저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 김봉규 대령 검찰 진술

검사 : 부정선거와 관련된 어떤 증거가 확보된 것인가요

정성욱 대령 : 저희가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것은 없습니다. (중략) 노상원이나 문상호나, 저희에게 부정선거의 명백한 증거들을 보여준 적은 없습니다.



- 정성욱 대령 검찰 진술

만약 부정선거를 입증할 증거가 있었다고 해도 군인들의 이런 작전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중앙선관위 직원에 대한 체포 지시를 받은 정보사 요원들조차 당시 명령에 의문을 제기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임무 수행 과정에서 자신의 신원을 최대한 감추려 했다.

소집 인원 중 한 명이 ‘(체포) 명단에 없는 (선관위) 인원이 우리 얼굴을 보고 핸드폰으로 촬영할 수도 있고, 명단에 있는 인원들도 우리 얼굴을 보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질문했습니다. (중략) 선관위 (체포) 명단에 있는 인원들에게는 필요하면 안대만 씌우는 것으로 하자고 지시하고 우리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이야기하였습니다.



- 정성욱 대령 검찰 진술

게다가 판교 100여단에서 직원 체포를 위한 예행연습까지 벌였던 이들은 정식 명령이나 지시 없이 정성욱 대령의 개인적인 연락을 받고, 제2수사단에 합류했다.

11월 초 문 사령관이 전화하여 인원 선발이 되었는지 물어봐서, 11월 6, 7일 경 제가 인간정보특기 인원 명단을 보면서 (선발)인원들을 정리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인원들에게 전화하였습니다. 전화할 때 계엄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적이 없고, ‘내가 중요한 일이 있을 것 같은데 그 때 필요하면 전화할 테니까 도와줄 수 있느냐’라는 내용으로 전화를 하였습니다.

- 정성욱 대령 검찰 진술

중앙선관위 서버 탈취 지시를 받았던 방첩사 군인들도 임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제가 여인형 사령관에게 (계엄) 포고령은 23시 이후 위반 사항에 관한 것인데 (중앙선관위의) 23시 이전 자료를 가져와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여인형 사령관이 ‘비상 계엄인데 이 씨… 니가 알아서 해’라고 했습니다. 

- 정성우 준장(진) 검찰 진술

전문가들은 이들이 꾸민 ‘부정선거 공작’ 임무가 계엄령 하에서조차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힘주어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 소속 김정민 변호사는 “설사 계엄이 선포됐다 하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헌재 결정문에 정확히 담겨 있다”며 “포고령 위반에 대해선 영장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지만, (당시) 선관위에선 포고령을 위반한 게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강압에 의해 (중앙선관위) 직원들의 허위 자백을 받아 내고 그 허위 자백을 근거로 부정선거 등 음모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며 “이것은 대통령의 적법한 권한 행사라고 볼 수 없고, 국민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민간인 노상원의 지시에 따라 경기 성남시 판교 100여단에 집결한 제2기갑여단장 구삼회 준장(왼쪽)과 국방부 전시작전권전환TF장 방정환 준장(오른쪽)

현역 장성들이 민간인인 노상원의 지시에 따라 불법 계엄에 가담하면서 소속 부대나 상급자에게 보고를 회피한 사실도 있다. 12월 3일, 판교 100여단에 집결한 구삼회 준장(제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준장(국방부 전시작전권전환TF장)은 원 소속 부대를 속이고 노상원의 공작에 동참했다. 이들은 나란히 휴가를 내고 위수지역을 넘어 판교에 왔다. 앞서 노상원은 구삼회 준장과 방정환 준장을 각각 제2수사단 단장과 부단장으로 내정했지만, 이에 대한 상부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사 : 정보사령관과 구삼회, 방정환은 어떤 대화를 나누던가요

정성욱 대령 : 서로 ‘잘 지냈냐’ 안부를 물으셨고, 구삼회와 방정환은 두 분 다 휴가를 내셨다고 들었습니다.

- 정성욱 대령 검찰 진술

뿐만 아니라,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 위협하기 위해 마련한 케이블타이, 두건, 로프, 야구방망이 같은 장구도 정식 결재 없이 개인 사비를 써서 구매했다. 상부 보고는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진급에 팔아버린 군인정신

노상원은 이들 군인에게 진급을 미끼로 접근한 뒤 제2수사단의 핵심 임무를 맡겼다. 군인들은 노씨가 제시한 대가를 바라고 ‘부정선거 공작’에 가담했다. ‘국민의 군대로서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군인복무기본법상 국군 이념을, 자신의 진급과 맞바꾼 셈이다.

2024년 6월 비밀 및 블랙요원 정보 유출 사건 관련 해당 부대장으로서 3개월간 직무분리 명령이 발령되어 업무에서 배제되어 있던 상황으로 인사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진급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중략) 노 전 사령관이 진급을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였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습니다. 노상원이 ‘진급을 해야지, 김봉규가 선배니 먼저 하고, 그 다음 2년 후에 (정성욱) 네가 하면 되겠네, 내가 잘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말을 했습니다.

- 정성욱 대령 검찰 진술

노상원에 의해 제2수사단장으로 지명된 구삼회 준장은 자신의 진급을 청탁하면서 500만원을 건넨 사실도 ‘자백’했다.

2024년 10월 중순 경에 노상원 전화가 와서 ‘대통령실에서 공직기강과 관련해서 (인사) 담당하는 놈이, 한 놈이 네 자료를 틀어쥐고 버틴다. 할 수 없다. 내가 총대를 메고 구워 삶아야지. 방법이 없으니까 내가 상품권을 준비할게. 돈은 네가 5장만 준비해서 보내면 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중략) 제가 고민을 하다가 현금 500만원을 준비해서 노상원 장군에게 보냈습니다.

- 구삼회 준장 검찰 진술

“이들에게 반란죄를 적용하라”

이렇듯 비상계엄 당일, 국민을 섬기지 않고 ‘헌법 질서를 파괴한 권력’에 붙은 군인들에게 내란죄뿐 아니라 군형법상 반란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형법상 내란죄는 그 우두머리를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하지만, 군형법상 반란죄는 곧장 사형에 처할 만큼 처벌의 강도가 훨씬 높다. 엄연히 북한과 대치 중인 휴전 상황에서 군의 지휘 명령 체계를 붕괴시키고 자의적으로 병력을 이동시킨 행위는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해를 입힌 것으로 간주된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명령에 따른 군인들을 반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헌법과 법률을 어긴 군 통수권자의 명령은 해당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이 군대를 움직일 때에도 헌법이나 법에 정해진 적법한 명령 지휘 체계를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 군대를 움직여야합니다. 그런데 합참 의장을 건너뛰고 비선 조직을 통해서 임의로 몇 개의 작전 부대를 움직였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적법한 군 통수권의 행사가 아닙니다. 법에 정해진 정상적인 명령 지휘 체계를 이탈한 것입니다. 실제 군부대 지휘관들에게는 그런 점에서 군사 반란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를 우리가 법적으로 평가함에 있어서 군 지휘관들을 2차적인, 단순한 명령을 받아서 움직이는 중요 임무 종사자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들을 반드시 군사 반란죄로 책임을 물어야 앞으로 다시는 군인들이 정치에 개입하고 국민들을 향해 총칼을 드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스타파는 다음 편(4월 16일)에서 국민을 배신한 군대의 또 다른 행적을 보도할 예정이다.

뉴스타파 조원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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